망한 스타트업 대표 이야기

2장. 달콤한 유혹(5/5)

by 망한 대표
KakaoTalk_20250911_163115199.png

처음엔 소비자의 불편을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는 심사위원을 만족시키는 보고서와 공고 일정에 맞춘 문서 작업에 매달린 ‘문서 속 기업’의 대표가 되어, 정작 고객과 시장은 잊은 채 정지된 꿈속에서 끝없이 달려가고 있었다.













KakaoTalk_20250911_163115199_01.png

시간이 흐르며, 나의 사업의 정체성이 점점 불분명해졌다. 처음엔 ‘소비자의 불편을 해결하는 도구’를 만든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명분’만 남아 있었다.




KakaoTalk_20250911_163115199_02.png

회의는 언제나 새로운 지원사업 공고로 시작했고, 그 공고에 맞춘 새로운 아이템과 서류 포맷을 조정하는 일로 끝났다. 나는 점점 더 ‘문서 속 기업’이 되어갔다. 실제 고객은 점점 사라졌고, 시장은 멀어졌으며, 현실의 매출은 제자리였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선정’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자부심을 가졌다.




KakaoTalk_20250911_163115199_03.png

어느 날, 팀원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진짜 고객 만나본 게… 최근에 언제였죠?”

순간 정적이 흘렀다. 모두가 뭔가 말할 듯 말하지 못한 채 눈을 피했다.




KakaoTalk_20250911_163115199_04.png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에게 고객은 보고서 상의 숫자일 뿐이었다. 인터뷰를 가장한 인용 문장, 설문지로 수집된 막연한 ‘잠재 고객군’, 혹은 평가자료 속 가상의 ‘페르소나’였다.




KakaoTalk_20250911_163115199_05.png

그 순간, 머릿속에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나는 지금 누구를 위해 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나?”




KakaoTalk_20250911_163115199_06.jpg

정답은 여전히 ‘심사위원’이었다.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면 우리 사업은 계속됐고, 아니면 멈췄다.




KakaoTalk_20250911_163115199_07.png

이제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고, 너무 많이 베팅한 뒤였다. 한 번 더, 한 번만 더 기회를 얻으면 무엇이든 바꿀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어쩌면 그것은 신기루였다. 하지만 나에겐 그것뿐이었다.




KakaoTalk_20250911_163115199_08.png

이쯤 되자, 나는 하루하루가 평가일정과 공고 일정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사업은 움직이고 있었지만, 삶은 정체되어 있었다.나는 정지된 꿈 속을 계속 달리고 있었다.



이전 07화망한 스타트업   대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