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지금은 아침 8시. 나는 프랑크푸르트의 학생 아파트에서 방금 일어났다. 오늘은 모닝 페이지를 써야 할 것만 같아서 백만 년 만에 브런치에 로그인을 했다.
한 번씩 이런 순간들이 있다. 눈을 뜨자마자 무언가를 써 내려가야만 할 것 같은 날. 오늘이 그런 아침인가 보다.
대기업 퇴사를 그렇게 주저하고 고민하다가, 세상 누구보다 쿨하게 때려치우고 이렇게 독일에 눌러앉을 줄이야. 지금은 너무 당연한데 3개월 전만 해도 참 고민이 많았더랬지. 올 8월까지만 해도 상당히 감성적이었어서 가족들을 자주 보지 못한다는 점, 한국을 떠나서 이방인의 신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점 등이 상당히 크게 다가왔는데, 학교가 시작하자마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특정 감정에 빠져들 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어찌 보면 좋았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지식이 들어오니 우울감이나 슬픔이 전혀 없었으니까. 그리고 난 새로움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게다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학교에서 그 누구보다 인기도 많고 잘 지내고 있음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22살의 나와 비교했을 때 나는 굉장히 많이 달라지고 성숙해졌구나. 가끔 이렇게 나보다 어린 친구들과 놀아도 되는 건가 싶지만, 난 동안이니까 괜찮다고 합리화하면서 재밌고 힘들게 지내고 있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씩 시간이 날 때면, 잊고 있던 문장들이 머릿속에 맴돈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인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이룰 수 있을까. 나는 가족들을 앞으로 얼마나 더 자주 볼 수 있을까. 나 결혼할 수 있을까. 난 평생 이렇게 바쁘게 살 것인가. ( 두 달간 너무 바빠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는데, 그것보다 하고 싶은 걸 다 해내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해서 결국은 열심히 바쁘게 살아가는 중),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앞으로 살아가게 될까.
솔직히 지금 저걸 고민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안정적인 대기업 다니던 시절이 나는 훨씬 더 불안하고 불행했다. 그때는 미래가 너무나 확실하게 그려졌는데 그게 나를 암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혀 내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불안함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불행함은 확실히 사라졌다. 가끔은 더 일찍 도전할 걸 하는 생각도 드니까.
학교라서 그럴 수 있지만 확실히 보고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자극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회사 다닐 때보다 지금 더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이 바뀌니까 나도 사고가 서서히 변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래서 가까이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하는구나. 어찌 보면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감은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의 욕심'과 '여전히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을 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오는 것 같다. 만약 나에게 둘 중 하나만 있었다면 선택이 수월했을 테니까. 아, 그리고 난 아직도 가족을 갖고 싶다. 남자친구도 없는 처지지만 그래도 꿈꿔볼 수 있잖아!
난 결국엔 직장인이 아닌 프리랜서나 사업 (장사는 아니고 지식 기반의 사업/개업 희망)을 하고 싶다. 9 to 5의 삶은 너무 지루하다. 지금 학교도 수업 자체는 매우 지루하다. 바빠 죽어도 좋으니 강민경처럼 3~4개 직업을 가지고 살고 싶다. 대신 시간이나 생활은 조금 자유롭게!
마지막으로 잠시 주제를 바꿔서, MBA가 첫 6개월이 매우 힘들댜. 난 지금 코딩도 배우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고, 노래도 부르고 스포츠도 즐기고 싶고, vlog도 시작하고 싶다. 동시에 아름답고 싶고 일도 구하면 좋겠다. 근데 학교 수업과 네트워킹을 하다 보면 일주일이 후딱 지나간다. 물론, 내가 그 사이에 대회도 나가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여러모로 생산적으로 지내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나 마음속에 갈증이 많구나 느끼는 요즘이다. 학교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이 점점 늘어난다..... 이러니 내가 여유롭게 살 수 있겠나 ㅎ
갑자기 마지막에 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으로 끝나버렸다. 항상 이런 식이다. 시작은 걱정으로 해서 결론은 내가 하고 싶은 것들 나열하면서 행복하게 끝난다. 사실 내 요즘 이상형 (연애하고 싶은데 흑발 곱슬머리 북이탈리아 남자 st와 금발 호주 남자 st를 상상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음) 도 하나가 아니라서 할 말이 없다. 이왕 이렇게 평균에서 벗어난 거,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자! 노홍철처럼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