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 케네디의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장편소설.
그럭저럭 잘 살던 사람의 좌절, 위기, 선택, 도피를 다룬 심리 스릴러다.
총평 : 인간의 욕망, 도피, 정체성에 대한 심리를 아주 세밀하고 촘촘하게 그려냈다. 문장력과 다소 아쉬웠지만 내면의 심리 갈등을 현실적으로 묘사하여 몰입도가 좋게 잘 읽혔다. 내면적으로 더더더 깊게 들어갔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표면적으로도 서사는 완성도가 있었다.
줄거리 :
주인공 벤 브래드포드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엘리트 변호사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부유한 교외 지역에 살며, 아름다운 아내와 두 아이를 둔 전형적인 괜찮은 중산층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던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사회적 성공을 위해 타협한 현재 삶에 깊은 불만과 좌절을 느끼고 있다.
어느 날, 그의 아내 베스가 이웃에 사는 사진작가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그 사진작가와 대면하게 되고, 우발적으로 그를 살해하게 된다. 이후 벤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신원을 버린 채 죽은 사진작가의 신분을 차용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꿈이었던 사진작가로서의 삶을 새로이 개척하며, 예술적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한다. 루디를 만나고 앤을 만나며 그 재능은 더 알려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과거의 흔적과 죄책감은 그를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결국 그의 새로운 삶 또한 위태롭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선택과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며, 진정한 자유와 행복이 무엇인지 탐구하게 된다.
인상 깊은 부분 :
p135. 그러다가 입이 말랐다. 너무 말라 입술을 침으로 적셨다. 달짜근하고 끈끈한 액체가 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입술에 그 맛이 느껴졌다. 그 맛이 내게 말하고 있었다. 네가 알던 삶은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
p264. 애덤, 나를 빨리 잊어야 한다. 슬퍼하지 마라. 이 길은 이 아빠가 선택한 것이야. 끔찍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어. 끔찍하지만 이 길을 다른 삶의 기회로 여기기로 했어. 누구에게도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기회. 아니, 누구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을 기회. 나는 시동을 걸고, 헤드라이트를 켰다. 나는 차를 몰며 생각했다. 이제부터 내 이름은 게리 서머스다. 나는 사진가다.
p485. 앤과 함께하는 생활은 정말 잘 이루어졌다. 결혼은 리듬이 전부다. 우리는 리듬을 잘 타면서 살고 있다. 나는 아들 잭을 사랑한다. 가족과 함께 있으면 즐겁다. 사소한 말다툼은 피한다. 서로에게 화내는 일도 거의 없다. 우리는 늘 함께 한다. 물론 게리와 얽힌 기억은 우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갑자기 폭우를 뿌려 일을 망칠 먹구름처럼 항상 우리 머리 위에 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잘 지내왔다. 물론 나는 계곡을 바라다보며 내가 농담 같은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에 젖어들곤 한다. 가끔 밤이면 게리의 지하실에서 사체를 절단하는 광경이 계속 떠오르기도 한다. 그때 와인 병을 손에 쥐지 않았더라면 지금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생각해보기도 한다. 어쨌든 그 옛날과 달리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은 충동은 많이 사라졌다. 가족의 덫에 걸렸다는 느낌도 없었다. 두 번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 사람에게는 달리 달아날 만한 곳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