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쫓기고 있다. 빠르게 미완성 아닌 완성을 하고 차기작에 집중해야 한다. 나의 미생을 완생으로 만들기 위한 일이다.
한 번은 어머니에게 오늘의 글을 독촉하는 톡이 왔다. 아버지 다음으로 제일 열혈 독자다. 오늘의 글을 기다리는데 아직 안 올라와서 톡을 보낸 것이다. 아침부터 조금씩 써내서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오늘의 분량을 완성했다. 이틀 분량을 하루에 써도 하고자 하는 얘기를 다 써내기가 모자란데 하루에 겨우 한 편을 채우고 있다.
다섯 시에는 아이가 하원한다. 그나마도 학원을 한 군데 돌려서 네시에서 다섯 시로 한 시간이 더 생긴 것이다. 다섯 시는 금방 다가왔다. 그가 집에 왔다.
아이의 하원 후에는 아동 병원을 데려갔다. 지난 두 개의 바이러스 후유증으로 아직도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에는 참 많은 아이들과 엄마들이 분주하다. 아직 남자들은 회사에 있을 시간이라 그런지 엄마들뿐이다. 엄마들도 아이들도 모두 개성 있게 생겼다. 아마도 제일 개성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난 그 속에서 어색하게 한쪽 귀퉁이에 서있었다. 간호사가 아들의 이름을 불렀고 아들이 귀신같이 듣고 어떤 방향으로 가자고 한다. 아들은 이미 병원 전문가다. 다행히 의사 선생이 병원은 그만 와도 되겠다고 한다.
약국에서 그 인파에 한 번 더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병원 밑의 유일한 약국이라 그 인파가 그대로 약국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아동 병원 의사는 세명인데 약사는 두 명인 것 같다. 거기에 일반 손님까지 대응하느라 손님 대응에 분주하고 정신없는 약국이다. 약사의 말이 굉장히 빠르다. 랩퍼가 따로 없다.
병원, 약국을 돌고 나서 아들과 난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자주 가는 분식집으로 이동했다. 미소야 식당이다. 카츠정식과 카츠동을 주문했다. 이제 여섯 살 아들 녀석은 혼자 1인분을 거뜬히 먹어낸다. 내 앞에서 상남자처럼 혼자 먹는 모습을 보니 아저씨와 있는 것 같다.
저녁을 먹고는 소화를 시킬 겸 식당 아래층에 있는 롯데마트를 한 바퀴 돌았다. 난 위스키를 구경하고 아들은 장난감을 구경했다. 아들과 난 각자의 취향에 대해서 논의했다. 그렇게 마트에서 구매한 것은 꼬깔콘 두 봉지다. 각자 한 봉지씩을 들었다.
집에 와서는 바로 씻었다. 평일 하루에 많은 곳을 다녔기에 바로 씻는 게 좋겠다 싶었다. 씻고, 수많은 약을 먹이고 잘 준비는 다 되었다. 한 시간 정도 각자의 시간을 갖고 정리 및 잘 준비를 시작했다. 아이를 재우고 나니 밤 열한 시다.
하루가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일과 육아를 함께 한다면 얼마나 힘들까. 하루만 해도 정신없이 빠르게 시간이 흘러갔다. 독서는 하지도 못했다. 다음날은 힘을 좀 더 절약하고 글 쓰는 데에 힘을 쏟아부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