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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위령미사

by 부소유

설날 아침, 고향 성당에서 열린 위령미사에 참석했다. 신부님께서는 설날을 단순한 명절이 아니라, ‘만남’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만남을 경험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족과의 만남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 형제, 자매, 부모, 자식 간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기쁨을 나누기도 하지만, 때로는 갈등을 겪기도 한다. 명절마다 가족 간의 갈등이 생기고,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신부님께서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하셨다. 상대의 성격이나 태도를 바꾸려 하기보다, ‘그릇이 그 정도인 것’이라며 받아들이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하셨다.


두 번째로, 신부님께서는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과의 만남을 이야기하셨다. 돌아가신 분들은 직접 말을 할 수 없기에, 살아 있는 우리가 그분들을 기억하고 기도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동안 표현하지 못한 미안함을 하느님께 고백하고, 대신 선행을 실천하며, 돌아가신 분들이 영원한 안식을 누리도록 기도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이 갔다.


마지막으로 신부님께서는 인간과 하느님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시간이 설날이라고 하셨다. 우리는 때때로 하느님의 존재를 잊고 살지만, 결국 그분의 축복 없이 살아갈 수는 없는 존재다. 만약 지난 한 해 동안 교만하거나 게을렀다면, 설날을 기회 삼아 다시 하느님께 마음을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설날이 단순히 세속적인 명절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넘어서 신앙을 새롭게 다지는 날이라는 말씀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신부님께서는 또한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시며, 단순히 육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영적인 건강도 챙겨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하느님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지 않고, 신앙을 통해 평안을 찾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건강이라고 하셨다.


미사를 마치고 성당을 나서면서, 설날이 단순히 가족과 음식을 나누는 날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들과 돌아가신 분들, 그리고 하느님과의 관계를 되새기는 날이라는 신부님의 말씀이 깊이 남았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더 나은 삶을 다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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