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미사에서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며, 봉헌과 축성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서품식’과 ‘수품식’이라는 단어의 차이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된 강론이었지만, 그 질문은 단순한 용어의 차이를 넘어 인간과 하느님 사이의 본질적인 관계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다. 인간의 입장에서 하느님께 드리는 것은 ‘봉헌’이며, 하느님의 입장에서 그것을 받아들이고 거룩하게 만드는 것이 ‘축성’이라는 말씀은 단순한 정의를 넘어 내 마음 깊은 곳에 울림을 주었다. 우리가 하느님께 드리는 것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사용하실 수 있도록 내어드리는 것이며, 하느님은 그것을 정화하고 축복하여 은총으로 채워주신다. 인간적인 것이 하느님의 것이 되기 위해서는 이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신부님께서는 우리 삶 속에서 하느님께 봉헌할 수 있는 세 가지를 말씀하셨다. 바로 시간, 능력, 그리고 소유물이다. 이 세 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이기에, 그것을 하느님께 드리는 것은 곧 나의 삶, 나의 존재 자체를 드리는 것과 같다. 기도가 바로 그 시간의 봉헌이라는 말씀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기도는 생산적인 활동이 아니지만, 하느님과 함께하는 시간 그 자체로 가장 순수한 봉헌이 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추어 하느님께 집중하는 시간이야말로 나의 삶을 거룩하게 하는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능력의 봉헌은 내가 가진 재능과 지식을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다. 신부님께서 의료 봉사의 예를 들며 설명하셨던 것처럼, 나의 전문성과 재능을 나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사회를 위해 나누는 것이 진정한 봉헌이다. 이는 단순한 선행이나 자원봉사의 개념을 넘어, 하느님께 받은 은사를 다시 그분께 돌려드리는 신앙 고백이다. 나의 능력이 하느님의 도구가 될 때, 그것은 세상 속에서 작은 기적을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소유물의 봉헌은 나의 물질적 재산뿐만 아니라,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드리는 행위다. 이는 단순한 기부나 헌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나의 모든 것이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임을 인정하고, 그분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누는 것이 진정한 소유물의 봉헌이다. 신부님께서 강조하신 것처럼, 이 봉헌은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태도의 진정성에 달려 있다. 나의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은 하느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봉헌이 된다.
미사가 끝난 후, 나는 나 자신에게 질문했다. 과연 나는 하느님께 나의 시간, 능력, 그리고 소유물을 진심으로 봉헌하고 있는가? 나의 삶은 하느님께서 축성하신 거룩한 재물이 되고 있는가? 신부님의 말씀은 단순한 교훈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되었다. 하느님께 봉헌된 삶은 특별한 수도자나 성직자만의 몫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하느님께 기쁘게 받으실 거룩한 산 제물이 될 수 있다. 그것은 거창한 희생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선택과 태도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제 나는 기도할 것이다. 하느님께 나의 시간을 봉헌하고, 나의 능력을 이웃과 나누며, 나의 소유물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그렇게 나의 삶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가득 차기를, 나의 작은 봉헌이 축성의 기쁨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