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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

by 부소유

과거에 게임 중독자에 가까웠다.


시작은 비디오 게임이었다.

국민학교라고 불리던 시절 8비트 게임기는 내게 환상을 주었다.

그 환상에 매몰될 뻔 했지만 엄마가 제약시간을 줘서 억제하며 살았다.


중학생 때 컴퓨터가 생겼다.

컴퓨터 게임은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 줬다.

중상위권을 찍었던 성적이 점점 떨어졌다.


스무 살이 넘었다.

어머니는 내가 게임하는 것에 더 이상 크게 제약을 만들지 않았다.

플레이스테이션2 게임기를 미친 듯이 갖고 놀았고,

컴퓨터 온라인 게임은 나를 게임의 노예로 만들었다.

비 오는 날 아버지에게 처음 혼났다.

그래도 게임을 하는 행위는 멈출 수 없었다.


서른 살이 넘어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겼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인지 아이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게임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나도 모르게 조금씩 줄고 있었다.


조금씩 줄던 의욕은 마흔이 넘어서 완전히 사라졌다.

너무 오랫동안 게임이라는 것에 중독되었다.

힘들거나 슬플 때는 언제나 게임으로 위안을 받았다.

현실에서는 시궁창이라는 말이 있다.

게임 속의 비현실 세계에서는 최고의 주인공이었다.


요즘 게임기계는 그저 아이와 놀아주는 도구에 불과하다.

아직 수많은 사람들은 그 도구에 중독되었다.

사회가 그 중독을 야기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독서와 글쓰기에 중독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활자 속 주인공이 되어서 사유하고 탐험하며 기록하는 것이다.

어떤 도구에도 종속되지 않는 삶을 찾는 것이다.

더 이상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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