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4박 5일간 제주에 혼자 머물렀다.
제주 하면 누구나 여행을 꿈꾸지만 내게는 꿈을 시작한 곳으로 기억될 곳이다.
7년간 잡식 독서를 해왔던 내가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한 곳이다.
그때의 목적은 마감이었다.
연재하던 글을 마감하려고 했다.
따뜻한 봄날에 집필을 시작해서 주 7일 연재에서, 주 5일 연재로,
일곱 달간 하루도 빼먹지 않고 달렸다.
첫 작품 치고는 오래 달렸다.
습작 수준의 걸레지만 꾸준함으로 고정 독자도 확보했었다.
물론 나도 사람이라 슬럼프도 있었고 놀고 싶은 때도 있었다.
나중에는 거의 관성으로 쓰고 있었다.
두뇌가 생각 중인데 손이 먼저 나갔다.
장소는 애월읍 고내리를 다시 찾아갔다.
동일한 장소로 회귀했다.
게다가 가족에게 양해를 구하고 혼자.
제주 바닷가의 아침은 새소리가 좋다.
조용하게 켜둔 재즈음악은 덤이다.
잠깐 지내서는 모르겠지만, 과거에 장기간 살아본 경험으로는 살다 보면 날씨도 좋다.
제주생활로 알게 된 것은 섬의 날씨가 변덕스럽다는 것인데 이 정도면 날씨요정이 도와준 수준이다.
책은 단 두 권을 가져갔었다.
상호대차로 빌린 구본형 선생님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 [깊은 인생]이다.
신나게 쓰다가 쉴 때 몇 페이지 읽어 보려고 가져왔다.
첫 페이지의 사진과 글이 인상 깊다.
한 남자가 자연에서 높게 점프하는 사진과 글이다.
[타인의 삶으로부터 나는 뛰어내렸다. 내가 되기 위해 혁명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