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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가 아니다

by 부소유

멀더와 스컬리는 알래스카의 외딴 연구 기지에서 발생한 미스터리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팀을 만들어 함께 현장으로 향한다. 그곳의 연구원들은 모두 사망한 채 발견되었는데, 그들의 죽음은 서로를 죽이고 자살한 것처럼 보였다. 조사팀은 연구진이 발견한 빙하 속 고대 기생충이 원인임을 밝혀낸다. 이 기생충은 숙주를 공격적으로 만들고, 광기와 살인을 유발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감염이 아니라 누가 감염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외딴 기지에서 서로를 의심하며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가운데, 멀더도 감염된 것이 아닌지 의심받는다. 팀원들은 점점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고, 갈등과 공포 속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가 벌어진다. 결국 스컬리는 과학적 방법으로 감염자를 가려내는 데 성공하고, 남아 있던 기생충을 제거한다. 하지만 그들이 본 이 기생충은 수천 년 동안 얼음 속에 갇혀 있었던 생명체였으며, 인류가 모르는 더 많은 존재들이 지구 깊숙한 곳에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남긴 채 에피소드는 끝난다.


얼음 속에서 깨어난 것은 단순한 기생충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을 뒤흔드는 공포이자, 신뢰를 시험하는 존재였다. 엑스파일 시즌 1, 8화 ’Ice‘를 보며 나는 신뢰란 과연 어디까지 유지될 수 있는가를 생각했다. 멀더와 스컬리, 그리고 연구팀은 생존을 위한 공동체였고, 서로를 믿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위협’이 퍼지는 순간, 그들은 점점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누가 감염되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신뢰는 무너지고 본능적인 두려움만이 남았다.


이야기가 더 강렬하게 다가온 이유는, 어쩌면 우리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서로를 믿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치면, 그 신뢰는 쉽게 흔들린다. 감염병이 퍼질 때, 경제가 불안정할 때, 혹은 단순히 불확실한 정보가 떠돌 때, 우리는 얼마나 쉽게 서로를 의심하고 거리를 두는가. 신뢰는 공기와 같아서, 있을 때는 그 가치를 깨닫지 못하지만, 사라지는 순간 생존이 위협받는다. 등장인물들이 신뢰를 잃고 혼란에 빠진 것처럼, 우리 역시 위기 앞에서는 쉽게 갈라진다. 하지만 결국 해결책을 찾은 것은 이성적인 판단이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사실을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했을 때, 비로소 생존의 길이 열렸다.


우리는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그리고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그 신뢰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수많은 상황 속에서 시험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을 찾는 것은, 결국 우리의 믿음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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