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것인가 아니면 직시하고 극복할 것인가
멀더와 스컬리는 영국에서 미국으로 피신한 어떤 귀족의 사건을 조사한다. 그는 자신을 쫓아오는 정체불명의 방화범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사건을 맡은 영국 경찰관이 멀더의 옛 연인인 피비 그린이라는 점에서, 사건은 멀더에게 개인적으로도 어떤 과거의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것은, 방화범은 단순한 범죄자가 아니라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자라는 사실이었다. 그는 순수한 의지로 불을 조종할 수 있으며, 어떤 도구도 사용하지 않고도 불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멀더는 이 방화범이 과거 여러 차례 미궁에 빠졌던 방화 사건들과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하지만, 문제는 그를 제압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다. 방화범은 귀족과 그 가족이 묵고 있는 호텔에 불을 지르려 하지만, 스컬리와 멀더의 기지로 인해 가까스로 저지당한다. 하지만 에피소드의 마지막, 병원에서 회복 중이던 방화범이 여전히 능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사건은 완전히 끝나지 않은 듯한 여운을 남긴다.
불은 인류 문명의 시작을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가장 원초적인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엑스파일 시즌 1, 12화 ’Fire‘를 보면서 나는 공포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멀더는 어린 시절 화재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었다. 그의 두려움은 단순한 불길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는 힘에 대한 공포였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에서 등장한 방화범은 그 공포를 현실로 만들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불을 두려워한다. 그것은 생명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순식간에 태우고 사라지게 만드는 절대적인 파괴의 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불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에 의해 조종되는 힘이었다. 즉, 불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 불을 조종하는 자가 더 무서운 존재가 된다. 불이 위험한 것은 우리가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만약 어떤 사람이 그것을 완전히 다룰 수 있다면, 그는 인간을 넘어선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요즘 우리는 과연 무엇을 가장 무서워할까? 전쟁, 질병, 기후 변화…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공포는 통제할 수 없는 힘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우리는 기술과 과학을 발전시키며 많은 것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지만, 동시에 우리가 만들어낸 것들이 우리를 위협하는 순간들도 많아지고 있다.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힘 앞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멀더는 불을 두려워했지만, 결국 공포를 직면하며 사건을 해결했다. 우리가 두려움을 마주할 때, 그것을 피할 것인가, 아니면 직시하고 극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