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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조작은 옳은 일일까

인간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을까

by 부소유

한 소녀의 아버지가 살해당했다. 피해자의 시신에는 이상하게도 피가 부족한 흔적이 남아 있었고, 비슷한 사건이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한 것이 확인된다. 두 사건의 가해자는 놀랍게도 서로 모르는 두 명의 쌍둥이 소녀였다.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두 소녀는 자연적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불법적인 유전자 조작 실험을 통해 탄생한 복제인간이었다. 1950년대 미국 정부의 극비 프로젝트에서 탄생한 이 실험체들은 높은 지능을 가졌지만, 동시에 폭력성과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띠고 있었다. 멀더와 스컬리는 이 소녀들이 같은 프로젝트에서 탄생한 이전 세대 복제인간 여성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실험의 실패작으로 격리되어 있었지만, 결국 그녀의 유전적 특성이 후속 실험에도 남아 있게 된 것이다. 두 소녀는 멀더와 스컬리를 속이고 탈출을 시도하지만, 가까스로 저지당해 다시 격리된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또 다른 복제 소녀가 존재한다는 암시가 남으며, 완전히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유전자 조작은 더 이상 공상과학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유전자 편집을 실현하고 있으며, 인간의 유전적 특성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 엑스파일 시즌 1, 11화 ‘Eve’를 보며 나는 과연 인간은 생명의 영역에서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떠올렸다. 이들은 단순한 복제 인간이 아니었다. 그들은 기존의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능력을 부여받았지만, 동시에 인간 사회에서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을 내포한 존재였다. 높은 지능, 강한 신체 능력, 그러나 인간성을 벗어난 사고방식.. 과연 우리는 이러한 존재를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과학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윤리적 딜레마를 동반한다. 우리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은 정당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단순한 치료를 넘어, 더 우월한 인간을 만들기 위한 실험이 이루어진다면? 인간이 인간을 설계하고, 원하는 대로 창조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우리는 신의 영역을 넘보는 것이 아닐까? 아니, 신이라는 개념을 떠나서, 인간 스스로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을 손에 쥐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브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했다. 그러나 실패의 본질은 단순한 실험의 오류가 아니라, 인간이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손을 뻗었다는 사실에 있었다. 멀더와 스컬리는 사건을 해결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남은 복제 소녀의 존재는 이 문제는 결코 끝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반복될 것임을 암시한다. 지금 우리는 유전자 조작 기술의 문턱에 서 있다. 이 문을 넘어설 것인가, 아니면 멈출 것인가? 만약 넘어서야 한다면, 우리는 과연 그것을 제대로 다룰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낼 ‘이브’들에 의해 결정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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