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을 위여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
작년 11월 충남 공주시에서 올드타운 페스티벌이라는 축제가 있었다.
도서, 영화, 음악에 대해 오래된 여관, 공장, 상가를 빌려서 진행하는 문화행사다.
신청한 프로그램은 저녁에 진행된 은유 작가의 북토크!
기대되는 북토크다.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북토크는 90분간 진행되었다.
아래는 은유 작가의 한마디,
1. 순수는 불순물까지 다 끼얹는 게 순수인 것 같음.
2. 자본주의 질서 바깥에서 자기 삶을 추구하는 것을 순수하다고 많이 느낌.
3. 인생의 중요한 일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함.
4. 인터뷰를 잘하는 법은 인터뷰하는 사람이나 그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해가는 것임.
5. 인터뷰를 할 때는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준비성과 용기가 필요함.
6. 철가루가 자석에 끌려가듯 다음을 궁금하게 하는 책을 써야 한다.
7. 기득권의 언어는 우리에게 공기처럼 익숙하다. (우리의 목소리를 써야 한다.)
8. 지금 읽는 책은 다음 책으로 가는 안내서.
9. 시를 잘 모른다면 기형도 시인의 [잎 속의 검은 잎] 추천.
10. 독서를 하는 이유는 조금 더 지혜로워지고 싶기 위함.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
11. 추천 책 : 몽테뉴의 [에세]
본 북토크에서 다룬 책은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라는 신간이지만,
북토크가 끝나고 작가의 또 다른 책 <출판하는 마음>이 끌려서 먼저 읽었다.
세상에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 모음 집이다.
책을 만드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중,
편집자, 번역자, 디자이너, 제작자, 마케터, MD, 서점인, 1인 출판사 대표, 저자의 생기 넘치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책이다.
은유 작가가 절묘하게 살려둔 문장과 언어들은 독자가 마치 그 사람들을 직접 만나본 것 같이 착각하게 만든다.
책을 출판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모두 책을 사랑한다.
이들 10인의 언어도 요약해 보자.
1. 김민정.
시인이자, 문학동네 편집자이자, 출판사 난다의 대표.
500여 권의 책 기획.
잡식성 독서광.
읽은 책과 읽을 책을 매일 기록.
“제가 등단 20년이 되어가요. 주변에 가까이 있고 오래 봤으니까 어떤 문인이 뭘 좋아하고 어떤 글을 잘 쓴다는 걸 알잖아요. 편집자가 아니면 뭐 혼자 찾아서 보고 말아도 그만인데 편집자를 하다 보니 그걸 책으로 내서 모두가 읽고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거예요. 저는 제가 가진 그 공명심이 맘에 들기도 해요. 나누는 걸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요. 인간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두 눈으로 사는 한 편집자라는 직업은 계속되지 않을까요. 최소한 내가 읽고 싶어서라도, 나를 위한 책이라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만들 것 같아요.”
2. 너구리 김경희.
[회사가 싫어서]의 작가. 독립출판 후 상업 출판.
일상의 메모가 문장.
보통의 독자를 위로하는 개인의 서사를 만들다.
그녀의 추천 책.
은유의 [쓰기의 말들],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마종기의 [마흔두 개의 초록].
“많은 분이 글을 쓰면 좋겠어요. 글 쓰는 일이 녹록지 않은데, 저도 계속 쓰려고요. 쓰는 삶이 주는 맛을 알아버렸어요. 나를 위한 글쓰기에서 출발했지만 타인을 위한 행위가 될 수 있는, 내가 살아가는 시대를 담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그녀의 글쓰기 조언.
-. 일단 쓰세요. 꾸준히 쓰세요.
-. 다른 생계 대책을 마련하세요.
-. 본인이 만족하는 글을 쓰세요.
3. 홍한별.
15년 경력의 중견 번역자.
번역이 만만한 책은 없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노동자로의 번역자.
“일이 지겨울 때는 있었지만 지금까지 작업한 책 중에서 나쁜 책은 없었고 결과적으로 다 마음에 들었어요. 책이 나오면 뿌듯해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나오는 직업이 많지 않아요. 번역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있고, 사람들의 반응이 있는 일이에요. 책은 내 일이라는 성취감이 생겨서 좋아요. 출판계에 근무하는 분들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이 일이 저한테 잘 맞는 일이고 책이 좋으니까 저한테는 좋은 직업이에요.”
4. 이환희.
어크로스 인문 편집자.
대중 욕망을 찾는 사람.
편집자는 원고의 장점을 보고 그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사람.
“저자분들 만나는 게 너무 즐거워요. 크게 보면 늘 같은 직업이고 책 만드는 과정이 비슷하긴 하지만 책 만들 때마다 조금씩 다 다르고 만나는 저자들마다 특색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려고 해도 잘 안 빠지게 되고 균형이 저절로 잡히죠. 진짜 저자분들과 연애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원고와, 책을 쓰는 분들과 밀당도 하고, 속 깊은 얘기도 하니까요. 좋은 직업 같아요.”
5. 이경란.
문학동네 출신 10년 차 1인 북 디자이너.
늦깎이 미대생.
인하우스에서 외주 디자이너로.
디자인을 살리고 싶은 마음.
디자이너도 책을 읽어야 한다.
다양한 경험도 하고, 즐겁게 지치지 않게!
“북디자인 자체가 300페이지가량의 텍스트를 하나의 이미지로 담아내는 일이에요. 책 표지 디자인은 다른 결과물에 비해 오래 남는 작업이죠. 선배들을 봐도 훌륭한 북 디자이너들은 연령대가 높은 편이고요. 연륜에서 오는 깊이가 다르다 보니 실력이 나이와 비례하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외국의 경우에도 북디자이너가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나이는 사십 대라고 들었어요. 은유와 직관, 그걸 소화해 내는 건 인생의 경험이든 책을 통한 간접 체험이든, 어쨌든 시간이 필요한 일 같아요. 저는 앞으로 더 잘할 생각만 해요.”
6. 박흥기.
사계절 출판사 12년 차 출판 제작 팀장.
원가와 수익의 싸움.
납기와의 싸움.
열악한 인쇄 환경.
판형을 알아야 한다. 포기가 빨라야 한다. 친화 좋아야 한다.
“인쇄나 금속활자 제작을 우리나라가 유럽보다 먼저 시작했어요. 근데 우리는 수치화된 데이터가 거의 없어요. 유럽은 농도계가 있어서 측정한 농도가 허용 범위 안이면 잘 나온 인쇄물로 판단해요. 국내에는 농도계로 재서 이 색깔은 몇 프로, 이 정도면 오케이 하는 스탠더드가 없어요. 디자이너든 편집자든 누가 보느냐에 따라서 주관적으로 판단하죠. 진한 색을 좋아하는 분은 진했으면 하고, 흐린 색을 좋아하는 분은 흐리면 잘 나왔다고 하고. 주관적인 부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요. 똑같은 기계에 똑같은 인쇄를 해도, 잘한다 못한다 다르게 생각하죠.”
7. 문창운.
푸른숲 출판 마케터.
서점 명당 확보.
온라인 시대의 SNS 활용.
“100퍼센트 힘을 다 쓰지 말고 마케팅팀과 함께할 10퍼센트는 남겨주길 부탁합니다.”
“개인적인 느낌이라는 점을 먼저 밝혀두고요. 같이 일하던 마케터, 편집자의 독립을 많이 봤고 그들이 내는 책도 계속 보고 있어요. 두 그룹의 책은 분명히 다르죠. 편집자는 평소 하고 싶었던 분야로 깊이 더 깊이 들어가요. 마케터는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같아요. 타깃 독자층을 넓게 하려다 보니 콘셉트가 명확하지 않은 책이 있고요. 편집자의 타깃 독자층은 반대로 좁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고.”
8. 박태근.
알라딘 인문 분야 MD(상품기획).
의미를 만들고 판매로 확인한다.
인사는 반갑게, 내용은 무표정하게.
“한때는 책을 만들어보기도 했고, 시장에서 역할을 해보기도 했고. 그런데 늘 출판계의 이슈를 마주할 때 느끼는 답답함은, 출판 정책 영역에서의 전문가가 너무 없다는 점이에요. 현장 출신의 정책 전문가를 생각하고 출판 정책을 공부할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많이 옅어졌어요.”
9. 정지혜.
동네 책방. 사적인 서점. 서점인.
브랜딩과 큐레이션.
결코 쉽지 않은 서점 창업.
서점에 최선을 다하되 서점에만 전념하지 않는 사람.
하지만 다른 것을 즐기기 위해 책부터 펼칠 것 같은 사람.
“서울대생이 쓴 공부법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오로지 노력 하나만으로 꿈을 이루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가 더 힘 있지 않을까요? 누구나 맘먹으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니까요.”
10. 이정규.
1인 출판사 코난북스 대표.
좌뇌가 기안하고 우뇌가 결재한다.
혼자 하는 기획, 편집, 영업.
“원래는 3년만 버티면 안정이 온다는 의미일 텐데, 제 생각에는 3년 동안 스스로 인큐베이팅하다가 이제 겨우 떼고 한번 뭔가 해봐, 그런 느낌이에요. 코난북스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어떻게 기억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동안은 사회문제를 직접적으로 알려주고 발언했다면 앞으로는 세계관, 태도에 관한 책들, 건강한 태도로 잘 견디는 사람들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이제 그런 사람들이 멋있어 보여요. 앞서 낸 책이 페이스북 같은 전문가 사회라면, 지금부터는 트위터 같은 현자들의 세계를 보여주려고요. 앞에서 1인 출판사는 망하기도 어렵다는 말을 했지만, 망하진 않는데 나쁠 순 있죠. 계속 패착을 두고 저 스스로도 독자들도 저 책 왜 냈지? 이럴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