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 작가 (상)

완벽보다 완성을 추구하는 글쓰기

by 부소유

이미 글쓰기로 유명한 작가다. 그의 이력을 확인해 보면 글쓰기를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온 모습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 겸 전경련회장 비서실에서 연설문 담당,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두 분의 연설문 담당을 하고 퇴직 후 쓰기와 말하기에 대한 책을 집필하고 강연을 다니며 더 유명해지고 있다. 그분이 청주의 작은 독립서점(여름서재)에 이번 신간 [강원국의 인생공부]의 북토크를 목적으로 오신다고 하니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우선 예약을 했다.


이미 다양한 언론, 매체에 출연하고 있고 수백 명 앞에서 강연하는 분인데도 20명 남짓하는 북토크 참석자들 앞에서 쓰기와 말하기에 대해 두 시간 가까이 열변을 토해주셨다. 그 모습에 감동했고 나 역시 날카로운(?) 질문으로 그분에게 감사를 전달했다.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았고 나 또한 두 시간가량 편집을 하며 북토크 요약을 했으나 분량이 길어서 상, 하로 나눠서 정리했다.




북토크 요약


50살이 되며 공부를 생각했다. 50살에 직장을 나왔다. 지금은 62고 이 생활은 이제 만 10년 되었다. 2014년 2월부터 시작했다. 그때부터 말하고 글 쓰며 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렇게 사는 사람의 비중이, 비율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몸으로 하는 육체노동은 로봇이 대체하고 있고 인공지능이 대신해주면 별로 다른 길이 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50살에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 2년의 텀이 있었다. 뭘 하고자 그만둔 게 아닌 까닭이다. 몸도 안 좋아졌고 위암 선고도 받았다.


예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을 최측근에서 모시고 있었는데 대우그룹이 망하고 회장은 해외로 날아갔다. 운이 좋게 전경련 회장 연설문을 쓰던 이력으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문까지 담당했지만 50살에 된 무렵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고 낙인이 찍혀있어서 취직도 어려웠다.


경험해 보니 50이라는 나이는 공부하기 좋은 나이라고 생각한다. 30~40대는 설익은 나이라고 생각한다. 60대가 되니 효율, 집중력, 기억력이 떨어지고 50대 같지가 않다. 50대에는 공부도 재밌었다. 나를 스스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뭐에 관심이 있는지 그걸 알 수 없었다. 직장에서는 시키는 일만 했고 하기 싫어도 못 해도 해야 했다. 하기 싫어도 어떻게든 해내야 했다. 주어진 일, 시키는 일만 하다 보니 사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뭐를 잘하는지 전혀 모르고 살았다.


대표적으로 내가 이렇게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거를 50살까지는 전혀 몰랐다. 직장 다닐 때는 잘 듣기만 하면 되었다. 말할 필요 없이 잘 듣기만 하면 대접받았다. 자기가 한 일도 상사에게 공을 돌리고 자기는 없는 사람처럼 처신하고 상사가 시키는 일만 잘 들어서 해내며 내 존재가 두드러지지 않고 내가 있는지를 몰랐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보시기에 비서관이 보여야 되는데 그 비서관 아래에 있는 행정관이 보이고 행정관의 이름을 대통령이 알고 그런 순간 비서관이 행정관을 싫어한다. 존재를 알리려면 나대야 하는데 나는 그걸 전혀 안 했다.


사우나에 가보면 옷 입었을 때 더 좋은 사람이 있고 놀랍게도 옷 벗었을 때 정말 좋은 사람이 있다. 말하기는 옷을 벗는 것과 같다. 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뭘 알고 있고 내가 생각이 얼마나 깊고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내 인품이 어떻고 이것을 말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달리 얘기하는 들통나는 것이다.


나는 나를 60점으로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70점, 80점이라고 하며 절대 60점보다 아래로 보지 않는다. 대부분 그렇다. 부모도 그렇다. 직장에서는 80점까지 뽑아먹으려고 한다. 그러면 그 20점을 채우기 위해서 죽어라 고생한다. 매일 80점으로 입증해 보이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 매번 최선을 다하며 살자가 우울증이 왔었다. 우울증으로 직장을 그만뒀다. 윗사람이 요구하는 걸 계속 못하며 내 역량에 자괴감을 느낀다. 간혹 나 그냥 60점이야 어쩔 거야 이게 나야 그러면서 사는 분도 있다. 승진을 못한다.


지금 나는 내 수준만큼 한다. 용쓰고 아등바등하지 않는다. 이게 훨씬 지속적으로 잘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50이 중요한데 내가 뭘 할 수 있고 할 수 없고를 알게 되었다. 내 한계를 알고 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이제는 안다. 내 수준을 알고 딱 멈춘다. 완벽보다는 완성을 추구한다. 수준이 중요하지 않다.


김우중 회장 밑에서 힘들었다.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었고 그저 그분 마음에 들어야 했다. 회사를 나가기 싫은 이유는 회사에 일을 맡으러 나가는 건데 매일 시험 보러 나가 시험공부 안 하는 사람이 실력은 없는데 시험은 잘 봐야 되는 것이다. 회사를 나가도 계속 까이고 그러면 내 역량에 대해서 스스로 의심하게 된다.


못하는 것을 잘하게 만드는 공부는 효율적이지 않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 10년 전에 대통령의 글쓰기를 시작해서 연달아 다섯 권을 쓰니 글쓰기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말하기로 바꿨다. 회장의 말, 대통령의 말을 글로 썼기 때문에 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님 돌아가시고 말 상대도 없었고 그래서 말도 안 했고 늘 이렇게 자존감이 낮아서 열등감 때문에 말을 못 하고 살았는데 그런 사람이 이렇게 말로 밥 먹고 산다는 것은 희망과 용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하기 책을 연달아 세권 썼다. 글쓰기 책을 5권을 쓰고 말하기 책을 3권을 쓴 과정이 다 공부의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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