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영원한 미식가 이노가시라 고로씨의 환상적인 미식 여행.
주연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씨의 먹는 연기 한 가지로 무려 시즌 10까지 방영했던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극장판이다. 영화는 이제 개봉한지 갓 2주 차가 되었지만 이번 주에 새롭게 개봉한 다른 영화들에 밀려서 벌써부터 상영관이 얼마 없다. 특히 낮에는 벌써 본 영화를 보기 위한 상영관을 찾기가 힘든 안타까운 현실이다. 영화가 소수의 마니아층이 좋아하는 드라마의 영화판이기도 하고 영화의 주요 주제인 먹는 행위가 전혀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은 ‘순한 맛’이라서 다른 상업 영화에 밀리는 것 같기도 하다.
보통 드라마판은 주인공 고로씨가 영업을 하다가 갑자기 배가 고파져서 식당을 찾아 즐겁게 음식을 먹는 일로 20~30분 러닝타임을 채우는데, 과연 어떤 이야기로 두 시간의 극장판을 구성했을지 궁금한 영화이기도 했다.
결론은 힐링 영화였다. 무섭고, 공포스럽거나, 속상하고, 마음 아프거나, 혐오스럽거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그런 영화가 전혀 아니었다. 서사의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 대사가 많지도 않았다. 고로씨는 그저 배고프면 먹고, 힘들면 쉬고, 급하지 않고 침착했다. 물론 드라마판과 같이 배가 고파지면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조금 성급해지는 성향은 있다.
이번 영화에서도 마음 착한 고로씨는 프랑스 출장에서 과거의 로맨스를 느끼다가.. 갑자기 부탁받은 어떤 국물 맛을 찾기 위해서 모험을 한다. 고토 열도를 돌아다니고, 어떤 장소에 가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도전을 하고, 위기를 겪고, 도움을 받고, 물론 중간중간 계속 먹는다. 그렇게 정신없이 두 시간의 러닝 타임이 채워진다.
극화되어 있다 보니 다소 과장된 상황과 현실성 없는 상황들이 반복되긴 하지만 그런 표면적인 사건들을 이해하기보다는 그저 고로씨가 각종 사건을 겪으며 극복하는 마음이 처음부터 그의 선한 마음에서 시작되어 그로 인해 선한 영향력이 확장되는 형식의 영화라서 마음이 평안해지는 영화였다. 특히 주인이 없는 가게에서 패들 보트를 대여하면서도 짧은 메모와 현금을 남겨두는 모습에서 그의 따뜻함이 제일 크게 와닿았다. 아마도 그의 따뜻한 마음으로 인해서 위기를 겪을 때마다 그런 마음에 대한 보답을 받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드라마판처럼 고로씨가 다양한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보는 재미도 훌륭하다. 수많은 먹방처럼 그저 생각 없이 무식하게 입속에 음식을 밀어 넣는 것이 아니고, 조금을 맛보더라도 그 맛을 음미하며, 상상하며, 느리게 느끼는 표정과 감정이 아주 잘 표현되었다. 우리는 너무 자극적으로 음식을 밀어 넣는 행위에 길들여져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인생 또한 너무 스스로를 정해진 틀 안에 밀어 넣으며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영화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들은 다시 생각해도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실제 우리가 사는 현실이 워낙에 비현실적인 비극으로 가득하다 보니 이런 영화라도 보면서 위안을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비극 또는 자극적인 영상을 보며 놀라거나 위안을 받기도 하지만 가끔은 이런 소소한 희극을 보며 그저 어떤 단순함에서도 행복을 느끼며 이런 행복을 간접적으로 느끼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