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발표 공포증

by 부소유

발표가 무서웠다.


유치원 시절 태권도 학원이 싫었다.

발표 공포증에 손을 앞으로 뻗을 수조차 없는데 관장이 내게 계속 그것을 시켰다.

오른 주먹, 왼 주먹, 오른 주먹을 차례로 뻗으며 “태권”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남자가 그것도 못하냐고 매일 혼났다.

결국 태권도 학원은 한 달 만에 흰 띠로 끝났다.


국민학교 때 발표는 피할 수 없었다.

그 모든 발표에 묵언수행을 했다.

10살 때 어떤 선생님에게는 뺨을 맞았다.

그래도 말하지 않았다.


중고등학교부터는 조금씩 나아졌다.

질문에 한 마디씩은 대답했다.

20대가 되어 취미 밴드를 하며 발표 공포증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30대에는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아주 조금씩 발표에 대한 공포가 줄었다.

40대가 되어서는 더 넓은 무대를 찾아다녔다.

그 어떤 강연회에 가더라도 제일 앞에 앉아서 제일 먼저 손을 들고 질문한다.


이제는 스스로 그 무대에 뛰어오르려고 한다.

글로 먼저 말하고 싶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할 것이고,

해낼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래, 나는 계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