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야 맡는다. 그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저 아침 아홉 시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자료실로 이동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눈에 띄는, 혹은 한 번쯤 앉아보고 싶었던 자리는 이미 누군가의 차지가 되어 있었다.
그 뒤로 도서관이 열기 5분 전, 10분 전 점점 일찍 도착해서 문 앞에 서 있다가 문이 열리면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자료실로 뛰어갔다. 하지만 언제나 자리에는 이미 누군가 있었다.
몇 번의 실패를 반복하며 유심히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몇몇 사람들이 어디론가 뛰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비상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보다 더 빠르게. 그렇게 깨달았다. 뛰어야 맡는다.
그 일이 있은 뒤로부터 난 도서관의 구조를 연구했다. 두 개의 비상계단 중에서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계단을 알아냈고, 어느 정도의 속도로 올라가야 엘리베이터보다 빠르며, 함께 뛰는 사람들에 밀리지 않게 자리에 갈 수 있는지 연구했다. 매일매일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중에는 계단의 난간을 잡고 회전할 때 관성까지 이용하며 코너링을 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뛰어 올라가면 추진력이 생겨서 힘도 덜 들고 움직임도 커서 추월하는 사람들도 막을 수 있었다.
집에서는 저녁에 근력을 강화하기 위해 스쿼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앉았다 일어서는 일이 뭐가 어려울까 싶어 시작했던 스쿼트가 10개, 20개만 하더라도 숨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을 반복한 결과 이제는 한꺼번에 200개 가까이 스쿼트를 한다.
이제는 강해진 근력으로 도서관 3층까지 뛰어 올라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도서관에 8:40에 도착해서 문 앞을 지키고 서서 뉴스를 보는 여유를 갖는다. 허리춤에 팔도 올리고 있으면 누구도 문 앞자리를 넘보지 못한다. 그리고 8:58이 되면 슬슬 다리를 풀면서 뛸 준비를 한다. 9:00에 문이 열리면 제일 먼저 들어가서 계단을 향해 뛰고, 안정감이 있게 계단을 뛰어오며, 관성과 추진력을 이용해서 더욱 빠르게 3층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도서관 오픈런을 시작하고 나서 내가 원하는 자리를 맡지 못한 적이 없다. 누군가는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의심하거나 의아해할 수 있다. 나도 그랬으니깐. 하지만 내가 원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귀한 시간을 내서 도서관에 온 이상 종일 내가 원하는 자리에 앉아서 나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어쨌든 그것은 나의 선택이었고, 만족한다. 그렇게 힘들게 맡은 자리에서는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없다. 그저 그런 보통의 마음으로 이 자리에 앉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자리는 내가 스스로 오랜 시간을 단련하고 준비해서 맡은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