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번의 가을

by 부소유

추모공간을 떠나려다 다시 돌아섰다.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사진이 들어있다. 1999년 10월, 참사 일주일 전. 교실에서 찍은 사진. 진우가 웃고 있다. 브이를 하고 있다.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평범한 고2의 모습. 사진을 비석 앞에 놓았다. 바람에 날아갈까 봐 작은 돌로 눌렀다.


“진우야.”


말을 꺼냈다.


“오늘도 왔어. 스물다섯 번째야.”


바람이 불었다. 10월 30일의 바람. 매년 같은 바람.


“많이 변했어. 여기도, 나도.”


무릎을 꿇고 앉았다. 비석과 눈높이를 맞췄다.


“작년에 네 엄마 만났어. 아버지는 먼저 가셨대. 암이었대.”


진우 부모님도 이제 한 분만 남았다. 시간은 모두를 데려간다.


“형은 잘 있대. 결혼해서 애도 둘이고. 네가 삼촌이야.”


웃음이 나왔다. 삼촌이 된 열일곱 살.


“우리 반 애들? 다들 잘 살아.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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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처럼 살고 싶지만, 현실은 이방인의 뫼르소 처럼 살고 있습니다. 싯다르타 처럼 속세를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은 호밀밭의 홀든 콜필드 랍니다. 뭐 그럼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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