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속도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강연장에서 울려 퍼진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의 목소리는 이곳을 찾은 수많은 학생들에게 던지는 절실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우리는 왜 하루하루를 살아갈까”라는 철학적 질문으로 시작한 그의 강연은 곧 우리가 직면한 인공지능 시대의 현실로 이어졌다.
그가 설명한 기술 발전의 역사는 압축적이면서도 명료했다. 이미 여러번 들어서 지겨울 법도 한 이야기지만 다시 들어도 새삼스러웠다. 30톤에 달하는 거대한 컴퓨터 에니악에서 시작해, 트랜지스터의 발명으로 컴퓨터가 작아지고, 이제는 머리카락 두께 10만 분의 1 크기의 나노미터 단위 반도체까지 발전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단순히 크기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한 마을에 텔레비전 한 대를 놓고 모두가 모여 보던 시대에서, 이제는 한 가정에 최소 8개의 스크린이 존재하는 시대가 되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 이야기도 그러했다. 1997년 체스 챔피언 카스파로프가 IBM의 딥블루에게 패배했을 때, 사람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체스는 결국 경우의 수 싸움이고, 컴퓨터가 계산을 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퀴즈 대회에서 왓슨이 인간을 이겼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컴퓨터는 까먹지 않고 모든 정보를 저장할 수 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여겼다. 10의 172제곱이라는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가진 바둑에서는 인간이 절대 질 리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을 4대 1로 이겼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나중에 인간의 기보를 전혀 학습하지 않은 알파고 제로가 인간의 기보를 학습한 알파고 마스터를 89대 11로 압도했다는 사실이다. 수천 년간 인류가 쌓아온 바둑의 지혜가 무의미했던 것일까. 궤도는 이를 PT 트레이너의 비유로 설명했다. 우리가 인간 PT 트레이너를 만나면 서로 인사도 하고 중간에 물도 마시지만, AI PT는 입구부터 오리걸음을 시키며 시작한다. 오직 목적 달성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더욱 파격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 역시 이미 유명하지만 콜로라도 미술관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라는 작품은 붓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게임 디자이너가 AI로 그린 그림이었다. 창의성은 인간만의 영역이라던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AI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든다. 텍스트 몇 줄만 입력하면 눈밭에서 뛰어노는 강아지부터 우주비행사가 다른 행성에 도착하는 장면까지 실제와 구분할 수 없는 영상이 생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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