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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

by 부소유

이제 제법 서늘한 날씨 이정훈 작가의 북토크 장소를 찾아가며, 작가의 전 작품인 <쓰려고 읽습니다>를 읽었을 때의 기억이 떠올렸다. 가독성이 좋고 공감되는 문장들이 많았던 그 책. 신간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지역 강연 일정이 떴을 때, 아마 내가 제일 먼저 신청했을 것이다.


강연장에는 다섯 명이 앉아 있었다. 작가도 조금은 당황했을 법한 작은 규모였지만 오히려 친밀한 분위기였다. 이정훈 작가는 울릉도 출신으로, 28살에 창업해 22년째 기획자로 살아왔고, 9년 전부터는 ‘책과 강연’이라는 출판 기획사를 운영하며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개인의 지식과 경험을 콘텐츠로 만들어 브랜딩 하는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책이 나오고 나서 12월까지 백 번의 강연을 목표로 전국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모객이 잘 안 되어 캔슬할 수도 있다는 운영측 연락에도 한두 분만 와도 괜찮다고 답했다는 그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작가는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부분이 있는지 물었다. 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공감되는 부분들이 있었다고. 중년의 나이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고.


작가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했다. 사람은 고정된 인격이 아니라 계속 바뀌어 가기 때문이라고. 그는 친구가 많지 않으며, 손에 꼽을 수 있는 2~3명의 친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친구라고 부르는 존재들은 많지만, 그 의미는 조금 아는 사람, 인생에서 경험이 겹치는 사람 정도라고 정의했다.


결혼 이야기가 이어졌다. 작가는 결혼하면 외롭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외로워지고 불안해지는 측면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남자로서 계속 능력을 검증받아야 하는 숙명, 아내에게조차 힘든 내색을 하기 어려웠던 경험들을 솔직하게 나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억누르는 부분들이 남자들은 조금씩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가의 말을 들으니 뭔가 선명하지는 않지만 그런 상황들이 나에게도 있었던 것 같았다.


혼자 여행을 다녀온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작가가 물었다. “혼자서 여행 잘 떠나보시는 분 계신가요?” 나는 답했다. “저는 혼자 서울을 자주 가요. 당일 치기로요. 아기가 집에 있다 보니 아기가 집에서 저를 기다려서요. 목적은 늘 책과 강연인 것 같아요. 책을 읽고 강연 듣고, 또 새로운 책을 읽고 싶어서 계속 서울을 갑니다. 서울에 강연이 대부분 있고, 지방에도 있긴 한데 저는 광화문 교보문고가 참 좋더라고요. 책 읽는 사람 많이 만나고, 수많은 책도 만나고, 수많은 강연이 거기서 벌어져서 그냥 거기 갔다 오면 힐링이 되는 거예요.”


작가는 이어서 질문했다. “꿈이 뭐예요?”


나는 1초 만에 답했다. “책을 쓰고 강연하는 게 꿈이에요. 궁극적으로는요.”


작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 하고 계신 부분에 대해서 제가 너무 놀랐던 게, 제가 이 질문을 40대 이후에 질문을 드리잖아요. 그러면 바로 대답하실 수 있는 분들이 거의 없어요. 왜냐하면 중년의 나이에 꿈을 갖는다는 생각을 안 해 보시거든요.”


그는 이어서 말했다. “실은 40 이후에 꿈을 꿔야 되는 시대가 됐어요. 1차적으로 길게 살잖아요. 길게 사는 데다가 더 이상 직장이 나를 책임져 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보니까 두 번째 세 번째 직업을 가져야 되는 시대가 됐잖아요. 20대 때는 꿈을 안 가져도 돼요. 직장에서 사회 경험을 하고 배우면 되니까요. 근데 30대까지 이어지다가 어느 시점부터 덜커덕거리기 시작해서 자동적으로 안 가는 시기가 오기 시작해요. 그때부터는 내 힘으로 끌고 가야 되는데, 그때 꿈이 필요한 건데, 우리는 젊었을 때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정작 꿈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 시기에 꿈을 물어주는 사람도 없고 꿈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람도 없어요.”


작가는 구본형 작가 이야기를 꺼냈다. “혹시 구본형 작가를 좋아하시나요?” 나는 속으로 깜짝 놀라며 답했다. “그분의 제자한테 가르침을 받았어요.”


작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구본형 작가는 성공한 분이에요. 경제적 성공이라기보다,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고, 그분이 뿌린 씨앗들이 전국 곳곳에서 자생하고 있죠. 어떤 분들은 빠르게 할 수도 있고 어떤 분들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공모전을 과감하게 자주 시도해 보세요.”


나는 말했다. “하고 있습니다. 계속 탈락은 하고 있는데, 계속하려고요.”


작가는 격려했다. “좋습니다. 그런 과정을 병행하면서 항상 실전에 나를 던져주는 부분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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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처럼 살고 싶지만, 현실은 이방인의 뫼르소 처럼 살고 있습니다. 싯다르타 처럼 속세를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은 호밀밭의 홀든 콜필드 랍니다. 뭐 그럼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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