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섭, 정진영, 최유안, 김의경

답 없는 부동산 앞에 선 소설가들

by 부소유

2026년 1월 어느 토요일 오후, 날씨는 좋지 않았지만 알라딘 본사에는 부동산 앤솔로지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출간 기념 북토크를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 김의경, 정명섭, 정진영, 최유안, 그리고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장강명까지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 책은 월급 사실주의라는 동인의 기획으로 탄생했다. 정확하게는 장강명 작가의 기획으로. 장강명이 최유안에게 보낸 메일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문학적 시도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가 마주한 가장 첨예한 문제에 대한 작가들의 응답이었다.


정명섭은 솔직했다. 자신은 어머니 소유의 빌라에서 16년째 살고 있어 부동산 문제로 직접적인 고통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1980년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집을 구한 사람이 집에 경례를 하던 장면을 떠올렸다. 당시에는 우스갯소리였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정교해지고 복잡해졌을 뿐이다. 그는 여의도 공원에서 사람들의 그림자가 레고 블록처럼 집 모양으로 보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사람들의 그림자>를 썼다. 집에 대한 집착과 광기는 그 문제에서 한 발짝 떨어진 사람이 오히려 더 잘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다.


정진영은 기자 출신답게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례들을 다뤘다. 그는 첫 직장을 다니며 전세를 살다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집주인은 법대로 하라며 비웃었고, 그는 역으로 입주자 권리를 이용해 반년 이상 버티며 싸웠다. 이번 소설 <밀어내기>에는 대구에서 벌어진 경매 사기 사례가 담겨 있다. 낙찰받은 사람이 적은 돈으로 집을 차지하고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다며 버티는 수법이다. 합법적이지만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는 소설 속 모든 사례가 실제로 주변에서 본 일들이라고 강조했다. 다큐멘터리보다 소설이 더 강한 이유는 몰입감과 공감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재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함께 공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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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처럼 살고 싶지만, 현실은 이방인의 뫼르소 처럼 살고 있습니다. 싯다르타 처럼 속세를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은 호밀밭의 홀든 콜필드 랍니다. 뭐 그럼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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