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은

그렇게 나는 다시 삶을 선택했다

by 부소유

추운 겨울 저녁, 서울의 한 공간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는 묘한 긴장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 최지은 작가의 <그렇게 나는 다시 삶을 선택했다> 북토크에 참석한 우리는 각자의 이유로 이 자리에 왔다. 나는 작년부터 매일 듣고 있는 김새섬의 <암과 책의 오딧세이>를 통해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고, 주변에서 암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떠올리며 복잡한 심경으로 이 자리를 찾았다.


최지은 작가가 입을 열었을 때, 나는 그의 목소리에서 예상치 못한 생동감을 느꼈다. 37세에 자궁경부암 4기 판정을 받은 사람의 목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그는 명료하고 힘이 있었다. 오늘 사회를 맡아준 황선우 작가가 추천사에서 ‘글에도 몸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 글의 몸은 참 강건하다’고 표현했던 것이 무슨 의미인지 그 순간 알 것 같았다. 우리는 종종 아픈 사람을 그 질병으로만 정의하곤 한다. ‘암 환자’라는 단어가 그 사람의 전부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최지은 작가는 그런 규정을 거부하는 사람이었다. 병원 차트에 ‘37 여 CC’라고만 적혀 있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반란처럼, 이 책 자체가 나는 그렇게 한 줄로 요약되는 사람이 아니다 라는 외침이었다.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들은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침묵을 불러왔다. 특히 엄마가 만들어주신 못생긴 김밥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윤동주의 시 <소년>에서 ‘나의 손금에는 강물이 흐른다’는 구절을 ‘나의 손금에는 젖줄이 흐른다’로 변주한 그 문장은 모성과 생명에 대한 아름다운 은유였다. 그러나 작가는 감상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엄마가 ‘네가 65세 되면 꼭 국민연금 찾아야 돼’라고 말했던 순간, 그것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의 절박한 방어기제였음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이런 솔직함이 이 책을, 그리고 이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부소유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그리스인 조르바 처럼 살고 싶지만, 현실은 이방인의 뫼르소 처럼 살고 있습니다. 싯다르타 처럼 속세를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은 호밀밭의 홀든 콜필드 랍니다. 뭐 그럼 어때요.

2,24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0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2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