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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 결심>

by 부소유

1. 작가의 <개인주의자 선언>처럼 역시 가독성이 좋다. <개인주의자 선언>은 개인주의적이며 소신 있는 판사의 모습이 엿보였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펴낸 이번 <나로 살 결심>은 판사직을 그만두고 겪은 다사다난했던 일들로 인해 바뀐 작가의 마인드 변화가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다 읽은 결과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었지만 아쉬운 책이다. 내용은 단순히 <개인주의자 선언>의 두꺼운 에필로그로 보인다. 기본적인 문장은 기존의 그 날카로운 문체에 대비해서 다소 무뎌졌지만 그만큼 솔직함이 묻어나는 부분은 정감이 생기고 좋았다. 판사 문유석이 살아온 이야기는 워낙에 유명하고 짐작이 되고 있던 부분이라서 아쉬웠고, 중후반부에 경제적 자유 부분에서 실패한 경험 역시 선배들에게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를 다시 읽으며 그저 판사 출신도 똑같구나 라는 확인만 되는 부분이었다. 작가에게 미안하지만 다 읽은 소감은 ‘별거없네’라는 생각 뿐이었다. 더 들어가면 그럼에도 불고하고 판사출신은 그 출신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사회에서 먹고 들어가며, 언제든 사회지도층에 가깝게 갈수 있음에도 ‘이 책을 읽는 너나 나나 똑같다’ 라는 형식의 문장이 반복되어서 그것이 조금 불편했다.


다만, 이렇게 사회지도층에 근접했던 부장판사 출신도 결국에는 별거 없다는 확신이 들면서 누구나 <나로 살 결심>을 할 수 있겠다는 마인드가 단단해졌다. 그 점에서는 아주 유익한 책이었다.


2. 나 또한 작가의 예전 생각처럼 사회는 이상적이고 합리적인줄 알았다. 나 또한 나이브한 이상주의자 였던 것. 하지만 살면서 경험한 부조리, 부도덕, 비윤리 등으로 인해서 실망하고, 맞춰가며 살아가고 있다. 그로 인해서 겪고 새로 생각해본 기준은 착한 사람이 꼭 이상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공부 열심히 하는 것이 꼭 좋은 것 또한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에서 바라보는 좋은 기준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갖고 성과를 만들며 사고치지 않는 사람이었다. 사실 난 사회의 기준 측면에서는 실패했다. 하지만 개인 측면에서는 성공을 향해 가고 있다고 본다.


3. 난 약 6개월 혹은 그 이상, 딱 세번 시간과 돈의 자유를 갖고 살아봤다. 취미로 골프도 쳐보고, 여행도 다녀보고, 술도 많이 마셔보고 했는데.. 제일 좋았던 점은 역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2017년 부터 독서를 시작했고, 2023년 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것이 또한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 부분이 묘하게 문유석 작가와 교집합이 있는 부분인데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이 내게 더 깊게 다가온다. 흥미로운 것은 나 또한 비슷한 시점에 여유 자금으로 주식을 했다가 실패 경험을 해봤다는 것이다.


4. 난 워라밸에서 라이프의 비중을 많이 갖고 살고 있다. 한가지 예로 지난 모임에서 언급했던 바, 한 직장에서 휴직을 세번이나 했다는 이력이 그것에 대한 큰 증거이다. 세번의 휴직으로 아마도 최소한 1억 혹은 그 이상의 금액을 날려서 아깝다는 말을 친한 선배가 한적이 있다. 하지만 그 말에 전혀 공감하지 않았다. 난 그 1억 보다는 지금 보낸 시간이 소중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지금은 밖에 나가신 부사장이 10년전에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것은 회사에 충성하며 살아왔지만 결국 은퇴를 앞두고 있고 가족 관계가 생각만큼 좋지 않기 때문에 부부관계 특히 자녀와 함께 보내지 못한 시간이 아쉽다고 했다. 난 그 부사장이 아쉬워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다시 생각해도 혹은 나중에 되돌아봐도 아쉬움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조금 덜할것 같다.


5. 만약에 다시 또 경제적 자유와 시간이 주어진다면 문유석 판사가 살아가는 방향과 비슷할것 같다. 좀 더 많은 책을 읽고 좀 더 많은 글을 쓸것 같다. 세번의 휴직 시간을 보내며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그것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도서관에 아침 아홉시에 들어가서 전혀 핸드폰을 보지 않고 밤 아홉시까지 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그것을 100일, 200일 혹은 그 이상을 반복해도 괜찮았다. 뭔가 스스로를 어떤 루틴에 넣고 강박적으로 살고 있다고,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어쩌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없이 나태해지고 피폐해질 것이 뻔하게 보이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후회만 가득할 것이 두렵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결국 그런 불편한 시선을 무시하고 살아야한다. 이 자리에서 몇번 말했지만 지금은 오늘 죽어도 아쉽지 않다.


6.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나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좀 더 과감한 나로 살고 있지 못한 이유는 아무래도 지켜야할 가정이 있기 때문이다. 가정을 지키지 못하면 겪어야할 시련, 고난은 이미 수많은 문학작품(호밀밭 파수꾼, 분노의 포도, 싯다르타, 소마) 혹은 영화(기생충) 등의 매체에서도 간접적으로 겪었다. 사회에서, 가정에서 무책임하게 밖으로 나가는 순간 운이 좋아서 잘 될수도 있겠지만 사실 대부분 그런 운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어렵겠지만 가정과 사회에서 최소한의 방어막을 만들고 그 안에서 나의 루틴을 만드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래서 지난 몇년간 그렇게 했고, 지금 그렇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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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처럼 살고 싶지만, 현실은 이방인의 뫼르소 처럼 살고 있습니다. 싯다르타 처럼 속세를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은 호밀밭의 홀든 콜필드 랍니다. 뭐 그럼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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