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절정을 이루던 4월 중순이었다. 수업이 한창인 3교시, 창밖으로 흩날리는 꽃잎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김명상의 반 친구였다. 선생님께 뭔가 귓속말을 하더니 나를 가리켰다.
복도로 나가자 그 친구가 헐떡이며 말했다.
- 명상이가... 또 쓰러졌어. 보건실인데... 심각한 것 같아.
보건실로 뛰어갔다. 김명상이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숨을 쉴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났다. 휘파람 같기도 하고 바람 새는 소리 같기도 한 기묘한 소음이었다. 가슴 한쪽이 이상하게 꺼져 있었다. 오른쪽 가슴은 정상적으로 오르내렸지만 왼쪽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양호 선생님이 전화를 끊고 돌아서며 말했다.
- 구급차 불렀으니까 같이 가줄래?
김명상의 얼굴은 창백을 넘어 푸르스름했다. 입술은 보라색에 가까웠다. 눈은 반쯤 감겨 있었는데, 의식은 있는 것 같았다. 내 손을 잡으려고 팔을 들었지만 힘이 없어 축 늘어졌다.
구급차 안에서 구급대원이 산소마스크를 씌웠다. 김명상의 호흡이 조금 편해지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가슴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났다. 구급대원이 청진기를 대더니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 숨 소리가 거의 안 들려요. 빨리 가야겠습니다.
사이렌이 울렸다. 구급차가 속도를 높였다. 김명상이 내 손을 잡았다. 손이 차가웠다. 땀에 젖어 축축했다.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의료진이 달려왔다. 엑스레이를 찍고, CT를 찍고, 각종 검사가 이어졌다. 나는 대기실에서 김명상의 부모님을 기다렸다. 한 시간쯤 지나서 도착한 김명상의 어머니는 또 울고 있었다. 아버지는 묵묵히 서 있었지만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의사가 나와서 설명했다. 자발성 기흉이라고 했다. 폐에 작은 기포가 터지면서 구멍이 난 것이라고. 키가 크고 마른 젊은 남성에게 잘 생기는데, 김명상의 경우는 구멍이 꽤 크다고 했다. 당장 흉관 삽입술을 해야 한다고.
수술이라기보다는 시술에 가까웠지만, 김명상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갈비뼈 사이로 관을 넣어 폐에 찬 공기를 빼내는 것이었다. 국소마취만 하기 때문에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진행된다고 했다.
시술실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김명상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 아악! 씨발... 아...
그 소리에 김명상의 어머니가 주저앉았다. 나도 다리에 힘이 풀렸다. 김명상이 얼마나 아픈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시술이 끝나고 병실로 옮겨진 김명상을 봤을 때, 나는 숨이 막혔다. 왼쪽 가슴에서 투명한 관이 나와 있었고, 그 관은 침대 옆 플라스틱 상자로 연결되어 있었다. 상자 안에는 물이 들어 있었는데, 김명상이 숨을 쉴 때마다 공기방울이 올라왔다.
김명상이 눈을 떴다. 초점이 흐릿했다. 진통제 때문인 것 같았다.
- 야... 씨발 나 인조인간 같지 않냐?
억지로 농담을 하려 했지만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말을 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의사가 들어와서 설명했다. 관을 통해 공기를 빼내면 폐가 다시 펴질 거라고. 보통 3-4일이면 되지만 김명상의 경우는 더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폐 조직이 약해서 회복이 더딜 거라고.
첫날 밤, 김명상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가슴에 꽂힌 관이 당겨서 아프다고 했다. 숨을 깊게 쉴 수도 없었다. 얕은 호흡을 반복했다. 마치 강아지가 헐떡이는 것 같았다.
둘째 날, 김명상의 상태는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관에서 나오는 공기방울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움직이기 힘들어했다. 화장실을 가려면 관이 연결된 상자를 들고 가야 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 이거 봐. 폐 밖의 폐야. 크크.
김명상이 플라스틱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물속으로 공기방울이 올라가는 것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 신기하지? 내 숨이 눈에 보여.
셋째 날, 엑스레이를 다시 찍었다. 폐가 조금 펴졌지만 아직 부족했다. 의사는 며칠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김명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 씨발...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해?
김명상이 처음으로 짜증을 냈다. 관 때문에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옷도 갈아입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김명상을 미치게 했다.
넷째 날 밤, 김명상이 갑자기 울었다. 조용히,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 내가 놀라서 물었지만 김명상은 고개를 저었다.
- 그냥... 지쳐서.
김명상이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형광등 불빛이 김명상의 눈물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 몸이 왜 이럴까? 왜 나만 이렇게 약할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나는 김명상의 손을 잡았다. 뼈만 남은 것 같은 손이었지만 체온은 있었다.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닷새째, 드디어 관을 뺄 수 있게 되었다. 의사가 관을 잡고 당기는 순간, 김명상이 이를 악물었다. 쭉 하는 소리와 함께 관이 빠져나왔다. 구멍을 막고 붕대를 감았다.
김명상이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호흡이었다.
- 살 것 같다.
김명상이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 재발 가능성이 높아요. 한 번 기흉이 온 사람은 또 올 확률이 30%예요. 특히 김명상 군처럼 폐가 약한 경우는 더 높죠.
김명상의 표정이 굳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 조심하는 수밖에 없어요. 무리한 운동 피하고, 기압 변화 심한 곳 가지 말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의사의 주의사항이 계속되었지만 김명상은 듣지 않는 것 같았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벚꽃은 이미 다 져 있었다.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학교로 돌아온 김명상은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계단도 천천히 올랐고, 체육 시간은 무조건 자습을 했다. 가방도 가볍게 했다. 교과서는 학교에 두고 다녔다.
5월의 어느 날, 우리는 여느 때처럼 분식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김명상이 갑자기 말했다.
- 있잖아, 폐에 구멍 났을 때 느낀 건데... 숨 쉬는 게 당연한 게 아니더라.
김명상이 숟가락을 놓고 가슴에 손을 댔다.
- 지금도 숨 쉴 때마다 조심스러워. 혹시 또 구멍 나면 어떡하나 싶어서.
그리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 이제 게임도 제대로 못해. 흥분하면 안 된대. 심박수 올라가면 위험하다고.
오락실의 전설이었던 김명상이 게임을 할 수 없다니. 그것은 김명상에게서 백원을 빼앗는 것과 같았다.
6월, 무더위가 시작될 무렵, 김명상이 또 쓰러졌다. 이번에는 오른쪽 폐였다. 기흉이 재발한 것이었다. 다시 관을 삽입했다. 이번에는 열흘이 걸렸다.
병실에서 김명상이 말했다.
- 나 수능 볼 수 있을까?
두 번째 듣는 질문이었다. 이번에는 대답하기가 더 어려웠다.
- 의사가 그러는데, 수술을 하면 재발률이 낮아진대. 폐에 있는 기포를 제거하는 수술.
김명상이 망설이는 표정이었다.
- 근데 수술하면 회복하는 데 두 달은 걸린대. 수능이 넉 달 남았는데...
결국 김명상은 수술을 하지 않기로 했다. 수능까지는 버티겠다고 했다. 그 뒤의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겠다고.
여름방학이 되었다. 다들 학원에 가거나 독서실에서 공부했지만, 김명상은 집에서 혼자 공부했다. 에어컨 바람도 폐에 무리가 간다고 해서 선풍기만 틀어놓고 공부했다.
가끔 김명상의 집에 가면, 김명상은 상의를 벗고 있었다. 가슴에 수술 자국이 여러 개 있었다. 맹장 수술 자국, 기흉으로 인한 관 삽입 자국들. 마치 지도 같았다. 고통의 지도.
- 멋있지? 상처 자국.
김명상이 농담처럼 말했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그 상처들이 김명상이 얼마나 아팠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김명상의 몸은 점점 더 빨리 무너지고 있었다. 폐에 뚫린 구멍처럼, 김명상의 시간도 조금씩 새어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