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소장은 현관문을 열기 전에 잠시 멈추었다. 일주일. 고작 일주일이었다. 한방병원 침대에 누워 천장의 형광등을 바라보던 일주일. 그 시간이 마치 한 계절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이 문 안쪽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존재 때문이었다. 왼손으로 허리를 받치며 오른손으로 번호 자물쇠를 눌렀다. 삐, 하는 전자음과 함께 잠금이 풀렸다. 현관에 들어서자 슬리퍼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신발장 옆으로 희미한 락스 냄새가 코끝에 닿았다.
- 왔어?
최 여사의 목소리가 부엌에서 들려왔다. 밥솥에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양 소장은 거실을 둘러보았다. 텔레비전 앞, 소파 옆, 베란다로 나가는 유리문 앞. 어디에도 달그락거리는 발톱 소리가 없었다. 꼬리를 흔들며 다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따뜻한 덩어리가 없었다.
- 은총이는?
최 여사가 부엌에서 나왔다. 앞치마를 두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그 손이 마치 할 말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바쁘게 움직였다.
- 어제 새벽에. 네시쯤.
양 소장은 신발을 벗다 말고 그 자세 그대로 굳었다. 한쪽 발은 현관 타일 위에, 한쪽 발은 아직 운동화 안에. 그 어중간한 자세가 그의 마음 어딘가를 정확히 대변하고 있었다.
- 박스에 넣어놨어. 작은방에.
최 여사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사십 년을 같이 산 사람의 목소리가 저렇게 단단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혼자 삼켰을까. 양 소장은 운동화를 벗고 복도를 걸었다. 작은방 문을 여니 과일 상자 하나가 방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귤이 그려진 골판지 상자. 뚜껑은 닫혀 있었고, 위에 수건 한 장이 덮여 있었다.
양 소장은 상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한방병원에서 침을 맞고 부항을 뜨고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허리 한쪽이 뻣뻣했다. 무릎이 바닥에 닿을 때 뼈마디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칠십 년을 쓴 몸이 내는 마찰음이었다. 수건을 걷어냈다. 상자 뚜껑을 열었다.
은총이가 거기 있었다. 눈을 감고, 네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채, 마치 잠든 것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깨끗했다. 털에서 희미하게 샴푸 냄새가 났다.
- 그전날 목욕시켰어.
최 여사가 문간에 서서 말했다. 양 소장은 돌아보지 않았다.
- 분위기가 이상하더라고. 하루 종일 한자리에서 안 움직이고, 밥도 안 먹고. 숨소리가 달라. 그래서 목욕을 시켰지. 깨끗하게 보내줘야 할 것 같아서.
양 소장은 손을 뻗어 은총이의 이마를 쓸었다. 차가웠다. 살아있을 때 손을 갖다 대면 이마 쪽이 유독 따뜻했는데. 그 온기가 다 어디로 갔을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것일까. 마지막으로 이 아이를 만진 것이 언제였는지 떠올리려 했다. 병원에 가기 전날이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면서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은총이는 그때도 이미 가벼웠다. 전성기 때 삼 킬로그램 가까이 나가던 몸이 일 킬로그램 대로 줄어 있었다. 뼈 위에 가죽을 씌운 것 같았다. 그 가벼움이 무서웠다. 살아있는 것이 저렇게 가벼워져도 되는 건가.
양 소장은 상자 뚜껑을 다시 닫고 수건을 덮었다. 일어서는데 눈앞이 잠깐 까매졌다. 허리가 아닌 다른 어딘가가 아팠다. 그것은 뼈도 아니고 근육도 아니고 신경도 아닌,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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