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었다. 최 여사가 먼저 방에 들어갔다. 양 소장은 거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텔레비전을 켜지 않았다. 거실에 은총이의 흔적이 하나둘 보였다. 소파 옆 바닥에 털 한 올이 걸려 있었다. 현관 옆에 은총이의 밥그릇이 아직 놓여 있었다. 그릇은 비어 있었지만 그릇 안쪽에 사료 냄새가 배어 있을 것이다. 양 소장은 밥그릇을 들어 올렸다. 플라스틱 그릇이었다. 작았다. 이 작은 그릇에 매일 사료를 담아주었다. 처음에는 한 줌 가득 담아도 모자랐는데, 나중에는 반 줌도 남겼다. 양 소장은 그릇을 내려놓았다. 아직 치울 수가 없었다.
양 소장은 주머니에서 맨소래담을 꺼냈다. 뚜껑을 열었다. 멘톨 냄새가 올라왔다. 이 냄새를 맡으면 은총이가 고개를 돌려 올려다보던 것이 떠올랐다. 하얗게 흐려진 눈. 그 눈이 보이는 것이 거의 없었을 텐데도 양 소장을 향했던 것.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었을 것이다. 냄새로, 체온으로, 손의 감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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