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꿈과 행복의 조건

by 부소유

먼저 라이킷, 댓글로 응원 및 격려와 좋은 말씀 해주신 독자님, 작가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남겨주신 댓글을 하나 하나씩 읽으며 감동받고 있습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일일이 답글을 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컨디션 좋을 때 글 한편씩 올리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정말 기도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 덕분에 힘을 내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저는 항상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고, 살면서 보험사에 납부하는 돈이 세상에서 제일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희귀한 중병을 앓게 되며 보험사에서 진단금 및 실비를 받게 되니, 참 사람 일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경험을 계기로 더욱 자기 관리를 정성스럽게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사실 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을 무렵 이상한 꿈을 꿨어요. 배경이 병원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저 포함해서 아픈 사람들이 모여있었는데, 서로 아프지 않은 척을 하려고 애쓰고 있었죠. 그것은 마치 술자리에서 서로 취하지 않은 척을 하며 장난하는 모습과 같았어요. 그럴 때 있잖아요. 아프지만 아픈 모습을 보이기 싫을 때, 취했지만 취한 모습을 들키기 싫을 때, 힘들지만 힘든 모습을 티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들. 마치 그런 모습들이 켜켜이 중첩 되어서 꿈에서 떠오르더라고요.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취했으면 취했다고 말하면 좋았을 텐데 아무렇지 않은 척 견디고 버틴 거죠. 저 또한 처음에 고열을 견디며 출근했거든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위험했던 순간들이었습니다. 제 상황에서 그렇게 하면 패혈증 쇼크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빠른 CT촬영, 혈액배양검사, 심장초음파 검사 이 3개의 검사로 균혈증 심내막염을 진단받았고 그것에 대한 치료를 정석으로 받고 있으니깐요. 게다가 지방병원에서 의뢰서를 써줘서 이렇게 거대한 병원인 세브란스 병원까지 전원하게 되었으니 참 운이 좋았고 감사한 일이죠. 여기서 실력 있는 교수님 및 전공의, 간호사 선생님들을 만나고 꾸준하게 항생제를 맞으면서 염증 수치가 정상 범위에 가깝게 상당히 많이 내려갔고, 그만큼 컨디션도 정상에 가깝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거대 병원은 앱도 좋더라고요. 간단한 검사는 환자가 직접 결과를 보며 각종 수치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더군요. 그중에 아래 그래프가 염증수치인데요. 듣기로는 정량적인 수치는 아니고 정성적인 수치로 이해했습니다. 참고치 보시면 아시겠지만 0에서 8 사이가 정상 범주인데. 저는 세브란스 처음 와서 검사했을 때 무려 95.1이 나왔습니다. 아마도 지방병원에 있을 때는 100이 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곳 내과 과장님이 세균 크기도 큰데 염증 수치가 너무 높다며 걱정을 많이 하셨거든요. 아무튼 그것이 현재는 8.5까지 내려왔으니 아주 좋은 흐름이죠. 담당 교수님도 만족스러워하더라고요. 항생제가 저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고 그것이 세균의 힘을 잘 빼고 있다고 하네요. 그만큼 보름간 저를 힘들게 했던 고열과 두통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참으로 다행이죠. 담당 교수님은 매일 아침에 회진 오시는데, 항생제를 4주 맞고 수술 계획을 잡자고 하시네요. 지금까지 2주간 맞았으니 앞으로 최소 2주간 주사를 더 맞고 앉아있어야 합니다.



병실에서는 다양하게 아픈 사람들을 만나고 있네요. 새삼 매일매일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습니다. 저는 심장 질환 치고는 좀 장기 입원을 하게 된 입장이라서 상대적으로 다양한 룸메이트를 만나고 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형사 아저씨였습니다. 그분은 심각하게 아픈 것은 아니고 경찰들 중에 표본조사가 필요해서 검사를 하러 하루 입원하게 되었다고 했어요. 기억에 남는 이유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고 입담이 참 좋으셨어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썰 풀어봐야겠네요. 그리고 두 번이나 심장이 멈춘 분도 있었습니다. 이제 환갑을 넘긴 지 얼마 안 되는 젊은(?) 분이었는데 CPR 및 제세동기를 한시간 가량 사용해서 후유증으로 가슴 통증 때문에 아주 힘들어하시더라고요. 그래도 한 시간 가까이 심장이 멈췄었다는데 이렇게 다시 살아난 것은 기적이라고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죠. 듣기로는 평소 술, 담배를 많이 하셨다고 들었는데 그만해야겠다고 하시네요. 심장 기능이 많이 저하되었지만 일주일간 많이 회복하셔서 퇴원하셨는데요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밖에 의외로 부정맥 환자가 많았고, 새벽에 갑자기 위독해져서 중환자실로 내려간 어르신도 있었어요. 그리고 안타깝게도 건너 방에는 18개월 아기도 입원해 있네요.ㅠㅠ 질병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아픈 일은 여러 가지로 힘든 일입니다. 모두모두 건강하셔서 다시는 병원에 올 일이 없으면 좋겠어요.




어느 순간부터 국내에서 인기가 많아진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건강에 대한 명언을 많이 남겼는데요. 그 명언 몇 가지로 이번 글을 마무리합니다. 다음에는 슬기로운 병원생활에 대해 써보고 싶네요.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항생제 치료 잘 받으며 수술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응원과 걱정 감사합니다. 모두 모두 나날이 행복하고 건강하십시오..!!


건강은 외적인 어떤 재화보다 뛰어나서, 건강한 거지가 병든 왕보다 더 행복하다.

어리석은 일 중에 가장 어리석은 일은 이익을 얻기 위해 건강을 희생하는 것이다.

건강은 만사와 즐거움과 기쁨의 원천이 된다.

행복은 즐거움이 반복되는 데에 있다.

행복을 내 안에서 찾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그것을 다른 어디에서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들의 행복은 십중팔구 건강에 의해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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