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베베 Feb 19. 2024

워킹맘에게 번아웃이란.

내 안의 소용돌이를 잠재우는 방법.

나는 연차로는 12년차 과장이자 한국나이로는 7세, 만나이로는 5세 남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다.

어느 워킹맘이 그러하듯 발에 불이라도 붙은 듯이 매사에 동동거리며 시간에 쫓기며 살고 있다.

주 1회의 재택근무라도 하는 날에는 시간이 남는 틈을 타서 세탁기를 돌려놓고 로봇청소기를 켜놓으며 이불빨래를 하곤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불빨래를 할 시간이 도저히 안난다!)

나와의 하루를 보낸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을 쪼개쓰고 엉덩이 붙일 약간의 시간마저 용납하지 않는 나의 사부작거림에 혀를 내두른다.


그러다가 구정 전 즈음, 회사에서 나름 나에게 큰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번아웃이 "씨게" 왔다.

아침마다 인사하는 동료의 얼굴도 버거웠고,

"오늘 날씨가 정말 따뜻해졌네요"라는 선배의 말에 대꾸할 힘도 없을 뿐 아니라,

매니저와의 1:1 미팅에서 속절없이 터져버린 눈물때문에 벌건 눈을 훔치며 휴가를 내야만 했다.


딱히 누가 나에게 뭐라고 하거나, 나에게 불리한 상황이 있는 건 아니였다.

그저 내가 이때동안 해온 것들이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은 사건이 있었는데,

나름 12년차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며 직장 생활을 했는데, "내가 이상한건가"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며 어떤 것에도 의욕이 나지 않을 뿐이였다.


그래서 구정 전 이틀을 푹. 쉬었다.

생각보다 푹 쉬는 건 쉬운일이였다.

나를 위한 연차를 써보는게 얼마만이였는지.

매번 아이 아플때 마다 병원 오픈런을 하고 밥을 챙기며 보냈던 휴가에서

아무런 계획 없이 늘어져도 되는 휴가였다.

나는 정말 어떠한 집안일도 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편했고, 생각보다 지저분해지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며 손에 꼽도록 낮잠을 잤는데, 밥만 먹으면 쓰러지듯 3~4시간을 내리 자본것이다.

그래도 그 와중에 운동은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근력 운동할 힘이 없어 유산소만 내리 뛰고 샤워하고 오긴 했지만.


그러면서 내가 정말 해야할 일이 뭔지,

내가 정말 생각해봐야할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봤다.

딱히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남들처럼 잘하는 것도, 하고싶은 것도 뚜렷이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나에게 최선은 9시부터 6시까지 회사에 앉아 일하는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구정이 끝나고 여전히 뻘겋개 부풀어 오르는 눈물샘을 부여잡고 출근을 했고,

역시나 감정의 소용돌이는 내 안에 남아있지만, 이때동안 그래왔듯이 모른척, 그 소용돌이의 반대편을 부여잡고 지내고 있다.

그러던중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을 알게되었고, 어릴때부터 거창하진 않지만 글쓰는 걸 좋아했던 나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해 이러한 글을 끄적여본다.


누가 볼지, 누가 공감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이 나아진다면,

그래서 이러한 소용돌이가 사그라들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작업이 아닐까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