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원하는 위로는 무엇인가요?

Part9. 위로를 건네는 방식 찾기

by 부캐스트

지극히 현실적인 아내 vs 지극히 감성적인 남편

우리는 연애초반부터 서로 다름을 알았고 차이를 인정하며 10년을 잘 만났다고 자부했지만, 특히 지난 여행에서 서로의 언어가 이렇게나 다르구나를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여행을 떠나기 이틀 전부터 갑자기 몸살과 기침이 심해진 남편을 보고 마스크부터 찾아 쓴 아내, 바로 나다.

코로나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자가키트를 사오라며 재촉하고 마스크부터 쓰라며 잠자리를 분리한 사람, 코로나일 경우 모든 예약의 취소 방법을 떠올린 사람, 바로 나다. (다행히 코로나가 아닌 지독한 감기였지만)


여행을 가서 둘 다 아픈 것보다 나라도 멀쩡해야 옆에서 간호라도 할 수 있지 않은가. 아픈 남편은 쉬게 하고 모든 여행 짐은 내가 알아서 쌌으며 가서 먹을 각종 감기약들도 야무지게 약통에 담고 비행기에서 마실 따뜻한 물을 담을 텀블러도 크로스백에 넣었다.


비행기에서부터 기침이 멈추지 않는 남편에게 텀블러를 건네고 혹시나 기침으로 목이 상할까 최대한 기침을 참아보고 못 견딜 때만 내뱉으라고 말해줬다.

평소에 비염이 심했던 남편은 여느 때처럼 탔던 비행기에서 귀가 너무 아프다며 약간의 패닉이 왔고 나는 어쩔 줄 몰라 승무원을 부를까, 침을 삼켜봐라 등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안을 계속했다.


경유지에서 잠시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이 증세가 무엇인지 인터넷에 찾아보니 '항공성 중이염' 증세와 비슷했고, 약물과 치료 외에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은 '발살바 호흡법'이라는 것을 찾았다.


흔히 귀가 먹먹할 때 코를 막고 침을 삼킴으로써 머금은 숨이 귀로 나오게 하여 기압차를 줄이는 호흡법.

경유지에서 잠깐 쉴 때 바로 남편에게 알려주었고 다음 비행기에 탑승 후 어김없이 괴로워하는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아까 말해준 호흡법! 코 막고 침 삼키기 반복해봐

- (한두번 따라하다 마는 남편)


여보, 한두 번 말고 계속해야 된다니까?

- (귀를 붙잡고 아파하는 남편)


아니 여보, 호흡법 하라고 호흡법!

- 아 건들지 말아봐!!



응? 아니 안 아프게 해주려는 건데 되려 내게 썽을 내다니?! 어떡해~~ 하며 발만 동동 구르며 울먹이는 모습을 그는 기대했던 것인가.


약간의 서먹함을 유지한 채로 첫 숙소에 도착했다.

빈 속에 약을 맥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썩 내키지 않던 밥을 먹기 위해 식당에 도착했고 밥과 약으로 상태가 조금 괜찮아진 남편과 비행기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의 현실적인 성향.

걱정은 당연한 것이고 아픔을 완화시키기 위해 뭘 해야 할지부터 생각한 것이었는데, 남편은 내 태도에 무척이나 서운해했다.


왜 괜찮냐고 묻지 않았냐, 걱정은 하나도 안되었냐, 옆에서 당황한 자신을 다독이지 않고 왜 성질만 내느냐 등등.

누가 봐도 안 괜찮아 보여서 묻지 않았고 당연히 너무 걱정이 돼서 인터넷에 나온 방법을 말해준 건데 내가 성질을 냈다니.. 어이가 없고 억울했다. 너무 걱정돼서 그런 거고 해결해주고 싶어서 그런 거라는 나의 입장을 얘기하다 보니 갑자기 둘 다 웃음이 터졌다.

우린 뭔 놈의 언어가 이렇게나 서로 다르지? 우리 같은 한국사람 아냐?


남편이 기대한 건 진심 어린 걱정과 본인도 처음 겪는 이 당혹감에 대해 괜찮다고, 별일 아니라고 다독여주는 '감정적인 위로' 그 다음에 해결방안을 고민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입장 바꿔 내가 아플 때도 그랬을 거라며..


나는 미리(?) 거절했다. 혹여나 내가 아프면 어느 병원을 가야 되는지, 어느 병원이 치료를 잘해주는지 찾고 나를 데리고 가는 것이 제일 좋다고..



가만 보면, 내가 받고 싶은 '위로'의 방식대로 상대방에게도 행동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위로는 걱정보다 해결을 위해 애쓰는 것, 남편이 원하는 위로는 해결보다 정신적인 지지와 공감.


첫날의 비행기 사건 후 이틀째 여행부턴 남편의 방식대로 위로해주었다. 몸살이 있는 남편에게 많이 아프겠다며 안아주고, 기침이 심한 남편에게 괜찮냐는 말과 함께 물과 약을 건넸다. 신기하게도 그러고 나니 그 다음날부터 회복하기 시작한 남편.. (지금도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 진짜 이게 통한다고..?)


위로 (慰勞)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줌.

각자 다른 성격만큼 받고 싶은 위로의 방법도 다르다.

따뜻한 말이든 따뜻한 행동이든 상대의 괴로움과 슬픔을 달래줄 수 있다면 그 방식은 상대에게 맞추는 것은 어떨까.

오늘은 내가 아닌 상대에게 원하는 위로가 어떤 것인지 질문해보면 좋을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훈'을 정해본 적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