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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캐스트 Nov 06. 2023

선호하는 회사 타입이 있나요?

Part20. 남초회사 vs 여초회사

'아, 여기가 말로만 듣던 여초회사구나.'


현재 회사에 이직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회사에서 팔고 있는 제품이 다른 것도, 업무가 달라진 것도, 업무 프로세스가 조금 다른 것도 다 괜찮았다. 이직하면 누구나 겪는 거니까.


가장 힘든 건 분위기 적응이었다. 어디서나 적응을 잘하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남초회사와 여초회사의 차이가 이렇게 큰  처음 깨달았다. 전회사가 너무나도 남초회사의 표본에 가까웠고 그게 첫 회사였다 보니 더욱 그렇게 느껴졌나 보다.




어머 너무 감사해요~
금방 해서 드릴게요^^*



처음에 가장 놀란 것은 '말'이었다. 사회생활 하면서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은 맞지만, 여초회사는 그렇다기 보단 이중적인 면이 많이 보였다.


처음엔 분위기가 확실히 밝고 유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앞에서는 웃으며 과하게 감사를 표현하면서 다들 뒤돌아서서 뒷담화를 하기 바빴다.


"쟤는 맨날 바쁜 척하더니, 것봐 바로 해주잖아."

"얘네 진짜 일 잘 미루지 않냐? 우리 또 당한 것 같아."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 당시 우리 팀과, 우리 팀과 협업을 했던 유관부서 사람들 대부분은 그랬다.

전회사에서는 차라리 앞에서 솔직히 말하고 싸울지언정 뒤에서 이렇게 뒷 말이 많지는 않았는데.. 앞에서는 말 안 하면서 뒤에서는 전혀 딴판인 모습들을 본 이후부터는 상대가 웃으며 말하더라도 그 진심에 의문을 가지게 됐다.



또 하나는 업무에 감정이 많이 투여된다는 것.

매주 월요일과 명절 연휴 후 출근한 날에는 본부장님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주말 사이 남편과 싸웠거나 시댁을 다녀오는 주엔 어김없이 표정이 좋지 않았고 그 얼굴은 퇴근할 때까지 이어졌다. 같은 기획안이어도 이 날엔 어김없이 빠꾸를 먹었다.


입사한 지 2주쯤 되었을 때 다른 팀 본부장님이 내게 데이터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지난주에 정리했던 파일에 조금만 작업하면 되는 터라 한두 시간 작업 후 전달했다.

10분쯤 지났을까, 우리 팀 본부장님이 호출하셨다. 여느 때처럼 회의인 줄 알고 간 그 자리에서 본부장님은 사무실 모두가 놀랄 정도로 내게 소리를 질렀다.



누가 다른 팀에 데이터를 보내!!!
진짜 짜증 나네 얘!


내가 판단력이 흐린 사회초년생도 아닐뿐더러, 그 데이터가 우리 팀의 기밀자료도 아닌, 직원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데이터들을 보기 좋게 가공만 한 자료였다. 그녀는 단지 사이가 좋지 않은 다른 본부장에게 자료를 보냈다는 것에 크게 분노했다.

죄송하다는 내 말을 듣고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셨다. 전회사였으면 따라 나가서 다시 사과를 드리고 퇴근 후 술 한잔 하며 풀었을 텐데, 왠지 여기서는 따라나가면 안 될 것 같았다. 저 감정 상태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달까. 대신에 진정하고 돌아오셨을 때 메신저로 진중히  사과드렸다. 다음엔 요청이 오면 작업하기 전 꼭 먼저 말씀드리겠노라고..




반대로 여초회사여서 좋은 점도 많다. 여성친화기업이라 복지제도가 잘 구현되어 있고 결혼, 육아에 대해 눈치 볼 필요가 전혀 없다. 전 회사에서는 승진 전 결혼계획을 물었었다. (도대체 왜  결혼계획을 승진 전 면담에서 물었는지 묻고 싶다)


처음엔 여초회사와 안 맞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앞뒤가 다르더라도 기분 좋은 말들과 배려심 많은 분위기가 좋다. 처음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들도 나만 휘둘리지 않는다면 내게 오는 피해도 딱히 없고, 그냥 단지 내가 좀 더 상대에게 감정적으로 섬세해지면 문제 될 건 없었다.

회사가 어떤 타입이건 어차피 장단점은 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어쩌면 중요한 것은 회사가 어떤 타입인지가 아닌,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내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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