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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캐스트 Jan 08. 2024

물난리를 겪어본 적 있으신가요?

Part18. 누수 가해자가 되었습니다(1)

지난 여름은 비가 참 많이 왔던 것 같다. 비가 아니라 내 눈물이었나..


첫 결혼(?)과 동시에 첫 독립이었고, 첫 부동산 매매로 구축아파트를 매입하고 인테리어 공사까지 우당탕탕 마치고 나니, 이제 이 집에서 둘이 자알~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게 머선 일이고.. 정말 하루도 바람 잘 날 없구나.




비가 많이 오던 작년 8월 어느 오후, 일을 하다 회의시간 전에 화장실을 다녀오려 작은 방을 나서는 길이었다.

저게 뭐지? 불 꺼진 거실 바닥에 무언가 반짝였다.


첫번째 발견 : 누가 물을 쏟았는가

가까이 가보니 거실 소파 앞에 누가 일부러 흘린 것 마냥 물이 흥건했다. 밖에 비가 오고 있었기 때문에 창이 열려 있는지부터 확인했지만 베란다 창문은 모두 굳게 닫혀 있다. 그럼 천장에서 물이 샌 건가..? 천장과 벽 모두 봤지만 아니었다. 회의시간이 다가와서 우선 수건으로 고여있는 물을 닦아내고 이따 다시 자세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두번째 발견 : 이제 베란다까지..?

두 시간쯤 지났을까. 회의가 끝나고 가보니 거실뿐만 아니라 이번엔 베란다 바닥까지 물이 흥건하다. 이때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느껴 남편에게 사진을 보내고 관리사무소로 전화를 걸었다.



혹시 베란다에 물 찼던 적 있으세요?


처음엔 나처럼 원인을 도통 몰라하시던 관리소 직원분들이 여기저기 확인하다 창고 쪽 베란다를 보시더니 물으셨다.





사실 장마철이던 이로부터 한 달 전, 안방 쪽 베란다에 물이 잘 내려가지 않았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거실에서 티비를 보다 어디선가 수영장에서나 날 법한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물소리를 따라 베란다를 열어보니 우수관에서 물이 내려가지 못하고 범람해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경우를 처음 봐서 늦은 밤이었지만 관리소에 전화를 걸었고, 당직하시던 관리소 직원분이 우수관 쪽을 몇 번 찌르니 고여있던 물이 콸콸 내려갔다.


그날 외에도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물이 범람했다. 그때마다 남편과 대야로 물을 퍼내고 우수관 쪽에 막힌 것이 있는지 찔러가며(?) 해결했었다. 낙엽이나 이물질로 막힌 줄로만 알고 지겨운 장마철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위와 같은 일련의 일들을 직원분들께 말씀드렸다. 하지만 이번에 거실과 거실 앞 베란다에 물이 고인 것과는 상관이 없었다.  날은 우수관에서 막힘없이 물이 잘 내려가고 있었으니까.


혹시 몰라 직원분들은 아랫집 누수를 확인하러 가셨고, 다행히 아랫집엔 아무 일이 없다고 확인해주셨다. 결국 이래저래 살펴봤지만 뚜렷한 원인은 찾지 못한 채 장판 밑까지 물이 들어갔을 수 있으니 잘 말릴 것과 내일 아침에 비 예보가 있으니 비 올 때 다시 확인해 보자며 가셨다.


도대체 어디에서 왔니..

마침 퇴근하고 온 남편과 함께 물 치우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바닥에 고인 물을 아무리 닦아내도 좀만 있으면 계속 어디에선가 물이 흘러나왔다.


안돼 누수!!

관리소에서 말한 대로 장판을 들어내보니, 장판 아래 시멘트에 물이 그득했다. 남편은 베란다에서부터, 나는 거실 쪽에서부터 수십 번을 왔다 갔다 밀어내며 나오는 물들을 수건을 짜가며 걷어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온몸으로 물을 치워가며 버려낸 물은  바가지는 된 것 같다. 말도 없이 물 치우기에만 집중했던 우리는 드라이로 남은 습기까지 말리고 난 후에야 그래도 누수는 안되어서 진짜 다행이라며 웃었다.


고생한 우리를 위해, 이 정도로 끝난 것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쌈을 배달시키고 맥주 한 캔과 함께 그날의 피로를 날렸다.


그땐 몰랐지 우리가 누수가해자가 될 줄은..



다음편) 누수가해자가 되었습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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