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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기영어 Feb 01. 2020

거짓과 진실.

진실을 말해야 해.

실제로 경험해 보았다.  나의 가식적인 모습을 던져버리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순간 사람들은 나의 이야기에 푹 빠진다. 내가 던지는 질문.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때 묻지 않은 마음으로 내 던지는 순간. 사람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다. 왜. 그리고 사람들은 진실된 모습에 매력을 느낄까? 자칫하다가 상처도 받을 수 있을 텐데. 왜 진실은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거짓을 알아야 한다. 보통 나는 여성에게 관심을 느끼면 나의 행동은 말 그대로 가식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혹은 권위 있는 사람 앞에서 예의라는 그럴듯한 말을 붙여 놓고 여러 페르소나 중 가장 그럴듯한 가면을 쓴다. 그리고, 깊은 내면과 겉 행동의 부조화가 이루어지며 자신의 행위 자체가 구역 질 나기 시작한다. 분명 예리한 감각의 소유자라면 나의 가식을 단박에 알아차릴 것이다. 그리고 거짓은 자신을 갉아먹다 못해 타인과의 관계 또한 무참히 무너트린다.  


2017년도 아일랜드로 봉사활동을 갔을 때, 난 아버지를 속이고 교환학생으로 아일랜드로 간다고 한 일을 생생히 기억한다. 성공을 위해서, 더 넓은 세상을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 놓고. 아버지의 전화가 오면 학교에서 공부 중이다,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다고 거짓말을 할 때마다 내 거짓을 더욱더 그럴듯해지고 나조차 그 거짓을 믿을 정도였다. 가상의 대학을 만들고 어떠한 과목을 듣고 있다 말할 때. 그 그럴듯함에 짜릿할 정도였다. 어쩜 그렇게 뻔뻔하게 아버지 앞에서 거짓을 고할 수 있었는지! 결국 예상이 가듯 그 거짓은 오래가지 못했다. 학교에서 더 이상 휴학계를 낼 수 없음을 경고하는 우편이 집으로 날아왔기 때문이다. 


거짓말로 이루어 낸 환상은 확실히 박살이 나버렸다. 나른한 저녁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알딸딸 한 기분을 느낄 때.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는 순간. 정적과 함께 직감적으로 느꼈다. “아, 나의 쇼는 끝났다.” 변명을 하다 못해 오히려 아버지께 나 자신의 꿈을 이해해 주지 못함을 원망하기까지 했다. 오히려 당당하게  하고 싶은 대로 살아보겠다 하니. ‘그러라 했다’ 대신 다시는 한국 집에 오지 말아 달라 내게 부탁했다. 그 부탁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나를 포기한 듯한 목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이럴 수가. 내가 했던 거짓말이 커지고 커져 걷잡을 수 없이 내 손아귀를 빠져나가 버렸다. 가족이 없는 나의 삶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하고 싸늘한 아일랜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서울 하늘에서는 볼 수 없는 은하수 별무리로 가득했다. 진실을 말하지 않아 내가 겪은 벌은 냉혹 했다.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방황’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진실’뿐이었다. 우연치 않은 사고로 인해, 아버지께 다시 전화를 드렸을 때. 모든 것을 이실직고했다. 내가 왜 이러한 행동을 했는지. 내가 꼬아버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임’을 지겠다고. 한국으로 돌아가 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거짓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아버지와의 관계는 회복되었다. 그리고 진짜 교환학생으로 독일로 가겠다 허락을 받아 지금 독일에서 교환학생을 하는 중이다. 거짓은 없다. 과거와 같이 구역질 나는 거짓으로 나를, 타인을 속이지 않는다. 


모든 건강한 관계의 시작은 진실, 정확히 거짓이 없는 상태로 시작된다. 나의 가장 숨기고 싶은 나약한 모습을 타인에게 거침없이 보여주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약점이 아니다. 진실을 들어냄으로써 훗날 다가 올 최악을 예방하는 탁월한 방법이다. 그 행동으로부터 사람들은 신뢰를 쌓기 시작한다. 서로 애써 에너지를 써갈 필요가 없다. 불필요한 절차, 행동, 감정에 이르기까지 진실은 이 거추장스러운 모든 것들은 지워버린다. 그렇기에 진실된 사람, 진실된 행동에서 사람들은 매력을 느낀다. 


이제 알겠다. 진실을 말해야 한다.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슬기롭고, 지혜롭게 나의 참된 모습을 밖으로 꺼낼 수 있는지 고민하고 연습해야 한다. 

놀라워,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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