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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기영어 Jan 31. 2020

난 울 준비가 되어있다.


오늘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서 친구가 우는 것을 보았다. 남들 앞에서는 울지 않는 친구라는데 내 앞에서 어찌나 눈물을 흘리는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별의별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내가 언제 눈물을 흘리는지 이야기했다.  

난 가족을 생각하면 운다. 특히나 할머니를 생각하면 운다. 옛 어른들의 말처럼 사내 새끼 울면 고추 떨어진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난 진즉 떨어지고도 남았다. 2018년도 가을쯤. 뭔 효심이 들었는지 핸드폰 배경 화면을 할머니가 웃으시는 영상으로 설정해놨는데. 어느 날 수업 중 시간을 확인하려고 핸드폰 배경화면을 키는 순간. 할머니가 웃으시는 모습과 손을 잡는 영상이 뜨자마자. 그냥 울컥하는 감정을 주체 못하고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 냈다. 도저히 수업을 들을 수 없어서 화장실에 가서 한 15분가량을 침이며 콧물이며 다 내뱉어버렸다. 어찌나 눈물이 마르도록 울었는지 눈이 뻘게져서 칠판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누구에게나 특정한 포인트를, 사람의 그 중심에 자리 잡은 무엇인가를 건드리면 왈칵 눈물을 쏟아 내고는 하는데. 그 눈물을 흘리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왜 저리도 어떠한 주제를 생각하면 공통적으로 혹은 각자가 다른 연유로 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데. 어쩜 저렇게 서럽게 우는지, 어쩜 저렇게 자기 자신을 주체 못 하고 우는지 생각해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나, 깊게 생각하면 우리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으로부터 커다란 감동을 받는다. 설령 그것이 영화일지라도 그게 가짜 눈물일지라도 그 작은 물방울을 보면 측은해지고 같이 슬퍼진다. 나 또한 친구가 우는 모습에 달래겠다고 할머니 이야기를 꺼냈다가 된통 눈물로 당할뻔했다.


또한, 눈물에 힘은 실로 대단하다. 여자의 눈물, 악어의 눈물을 떠나서 진실된 말과 언행이 배어 나오는 눈물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나의 정신적 멘토들, Jordan B Peterson이 강연을 하다가 젊은이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지 각자 가지고 있는 기쁜 소식마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모습에 측은함을 느껴 눈물을 주체 못 하고 강의를 이어가는데, 난 그 모습에 운다. 신영준 박사가 자신의 말과 언행에 영향을 받아 성장한 인물을 이야기를 읽다 우는 모습에, 나는 또 운다. 아무 힘이 없다며 자신을 책망하는 나와 같은 고통을 느낀 사람들을 보면서 또 운다.


나에게 울 수 있는 눈물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나도 훗날 누군가가 나를 이야기하다 울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기쁠까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난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한다. 나를 위해서 울어 줄 사람을 더 더 많이 만들려면 얼마나 진실된 사람이 되어야 할까.

참새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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