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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기영어 Jan 30. 2020

진실을 말해.

내가 먼저 말할 게 그다음은 너야. 

진실을 말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에게 진실을 말한다는 것, 진실한 나의 모습을 보여 준다는 것은 나의 가장 수치스럽고, 창피한 감정까지 스스럼없이 보여 준다는 것과 같다. 근데 묘하게도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나의 나약하고 바보스럽고 불안정한 모습을 과감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매주 수요일 한국어를 가르치는 모임에 나가서 한국어를 짧게 가르치고 난 뒤. 고민 상담소가 펼쳐진다. 그리고, 난 나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헤친다. 나의 진실된 감정과 내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어떠한 문제에 당면해 있는지 거리낌 없이 친구들에게 말한다. 나의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는 순간. 대화는 막힘 없이 이어진다. 그 진실된 생각, 대화 속에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나의 숨겨진 생각과 감정을 찾을 수 있다.      


오늘 각자 이야기 한 내용 들은 너무나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야기라서 이 글 속에서 떠벌릴 수 없지만. 나의 예는 주로 이성이 대한 감정과 이를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할 것인가이다. 특히나, 얼마 전 별 부담 없이 관심이 가는 이성과 대화를 했는데 전혀 공통점과 대화할 주제를 찾을 수 없었다. 그 어색함이 도대체 무엇일까? 이전에는 전혀 이렇지 않았는데. 나의 의식으로 머리가 가득 차 그런 것일까? 이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 없어. 그저 솔직히 나의 감정과 상황을 털어놓았다.      


그 순간, 아주 개인적이고 사소한 비밀이 잔잔한 물결이 파도가 되듯이 대화의 중심이 되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나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고 각자의 입 맞대로 뜯고 맛보기 시작했다. 몇 가지 결론은 내가 별 볼 일 없는 데이트 이후에 상대방을 너무 의식함으로써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는 것. 또는, 원래 나와 그 대상과의 적절한 공통점이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주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을 좋아하다 못해 즐긴다. 아주 원초적인 개개인의 감정과 삶에 밀접한 근원적 문제를 타인에게 꺼내는 순간. 그들의 반응은 놀랍도록 뜨겁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자신의 감춰 두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그 이야기를 곰곰이 듣고 있다 보면 놀랍게 그지없다. 이런 말을 이들에게 해도 될까? 이런 비밀을 내가 알아도 될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아마, 모임의 인원 모두가 각자의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여서 일까? 분명 그것도 없지 않아 영향을 끼쳤지만 난 확신한다. 인간의 그 중심의 원안 깊숙이 자리 잡은 진실을 말하는 순간. 타인 또한 자신의 진실을 보여 주기 시작한다. 그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  

     

고부기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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