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 달걀이 먼저.
우울과 불안 그리고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 열심히 달려온 올해는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결국 커뮤니티, 유튜브, 웹툰 등에 중독에 이르게 되었고 내가 가진 책임과 불안을 잊고자 커뮤니티에서 몇 시간이고 새로운 글을 클릭했다. 새로운 사건, 새로운 글, 새로운 자극적인 무엇인가가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과 더불어 잠들기 힘든 이 밤을 물리쳐 주길 바랬다.
그러다 결국 여러 커뮤니티를 전전하다 박원순 서울 시장의 자살 사건을 접하고 극우의 반응이 궁금해 일베에 접속하기에 이르렀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과 자극적인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다. 소위 사회에서 일베 유저가 어떠한 인간상을 갖고 있는지 몇 분이 지나지 않으면 알 수 있었다. 몇몇 글들은 댓글들은 비 인간적이다 못해 꺼림칙하기 까지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글들 중에 유난히 내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주로 20대 - 5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남성층이 주를 이루기 때문일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치열한 토론들이었다. 히키코모리, 공시생, 배달부에 이르기까지 이 막연한 인생을 어떻게 일궈나가야 할지 몰라 분노하고 혹은 도움을 청하는 글이 시시 때도 없이 보였다. 거기서 보이는 유저들의 태도는 비관적이다 못해 냉소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분명 이 커뮤니티에서 조차 서로의 유대감이 보였다. 너도 병신 나도 병신 그리고 그 속에서 갖은 서로 도움을 받으며 외로움을 달래는 모습이 보인다. 마치 군 시절 2년이라는 고통을 참고 그 속에서 전우애를 느끼듯이 이 고통을 어떻게든 나누어 보고자 했던 것처럼.
결국,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즉 과연 일베가 있기 때문에 사회가 더러워지는가? 사회가 더럽기 때문에 일베가 존재하는가? 생각한다면 난 솔직히 후자라 생각한다. 사회는 더없이 복잡해졌고 더욱더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워져 간다 그 복잡함 속에서 유대감을 박탈당하고 그로부터 태어난 분노와 좌절감이라는 의지 덩어리가 분출되어야 할 곳을 찾다 일베라는 커뮤니티로 응집되었다 생각한다.
마땅히 없어져야 할 곳이다. 하지만 그 커뮤니티를 이용자 모두가 벌레처럼 죽어 마땅한가는 의문이 든다. 왜냐면 나 또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난 정의롭고 깨끗하다 할 수 없거니와 스스로가 점점 사회에 분노하고 악에 바쳐 내 삶을 망가트리려 하면 할수록 아무리 나 자신이 선한 천성을 가지고 있다 한 들 그들과 같아질 수 있다. 그 경고를 무시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