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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기영어 Aug 22. 2020

코로나 근황

학습된 무기력. 

그래 이건 학습된 무기력이다.

이 글도 너무나 오랜만에 써 어색하기 그지없다. 자꾸 과거를 생각하면 좋을 것 하나 없지만 교환학생 때 겪은 무기력함이 한국에 돌아와서도 잘 씻겨 내려가지 않는다. 독일에서 독서 모임을 만들고, 한국어를 가르치며 긍정적 에너지를 타인에게 내뿜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코로나 이후에 그저 멍 때리기가 일상이 되었다. 이젠, 고대하던 한국에서의 생활도 그토록 만나고 싶던 지인들과의 만남도 코로나로 인해 무기한 연기가 되어버리니 더욱더 큰 상실감만 느껴진다.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여간 내 몸을 움직이기 쉽지 않다. 졸업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딱히 무엇을 하고 싶지 않다. 마무리하지 못한 과제가 쌓여 있음에도 집에만 박혀 있는 내 모습에 동생이 나가라고 변박까지 주니 말 다했다.


마치 살짝 망가진 물건을 보고 짜증을 부리며 그 물건을 부셔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처럼 한 없이 내 인생을 바닥으로 내몰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이러다가 정말 최악의 상황까지 나를 몰고 갈까 걱정되는 마음에 몸을 이끌고 밖에 나와 글을 쓴다. 이성은 작은 일부터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마음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래서 글을 쓰고자 한다. 분명 오래전부터 꿈꿔 온 나의 모습, 나의 열정이 인정받던 순간까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사람들과 추억 등이 내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 소중한 감정들이 점점 희미해지고 희석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것들을 매일 상기시킨다면 분명 나의 무력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Bremen bürgerpark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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