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자너.
일을 하다가 내가 좀 힘든 일인 것 같다, 내 분수에 맞지 않은 일인 것 같아 두려운 감정이 들거나, 혹은 다른 먼저 앞서간 사람들의 작품들에 지레 겁먹었을 때 딴짓을 좀 많이 한다. 오늘 유달리 딴짓을 의도적으로 많이 한 날이다. 오전 오후, 시간을 잘 보낸 뒤 약속대로 집에 돌아와 꽤 괜찮은 곳에 지원할 지원서를 작성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12시가 넘도록 시작도 하지 못했다.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관련 서적을 흘깃거리고, 정보를 찾아야 한다며 오히려 인터넷 서핑만 실컷 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리고 이 기분은 분명 독일에서 혼자 방안에 지내며 한참 무기력증에 시달릴 때와 비슷하다. 뭐를 해도 소용없을 것 같고, 무엇을 하든 하찮은 것 같아서 미리 포기한다.
“아 벌써 하루 반을 망쳤는데 뭐 저녁도 망쳐버리자”
이런 얄팍한 마음이 들면서, 할 일을 뒤로 미루고 참 뭔가를 열중이 봤다. 할 일을 못 한 자신이 실망스러워 또 무기력해지고 그 루틴이 반복되자 결국 사달이 나고야 말았었다. 자아존중감이 바닥을 치다 못해 바닥을 기는 수준까지 같으니 말이다.
하루에 주어진 시간을 분명 결정권은 내게 달렸다. 시간을 쥐고 있는 것은 나다. 다만,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하루를 보내지 못했다고 자학하는 짓은 그만두기로 했다. 분명 후회할 짓은 후회해야 마땅하다. 다만 실망스러운 나의 모습이 보기 싫다고 나를 신나게 두들겨 패면 나아질 일이라면 벌써 난 참 성인이 되고도 남았다. 이제 자신에게 날이 선 공격보다는 대화해야겠다. 난 왜 그러한 행동을 했을까, 그리고 왜 마음이 이리도 불편할까? 나를 원망하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보통 자신이 만들어낸 허상에 고통받는다. 그러니 나 자신에게 타이른다. 인제 그만 좀 채찍질하자. 그만 좀.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