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짓거 뭐 어때.
학번으로 인해 스스로가 작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학교에서 주최하는 취업 관련 온라인 강의를 듣는 중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출석을 위해서 줌에 본명과 학번을 적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그 화끈거림이 무엇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 해외 취업 관련 강의에 강연자로 참여하신 분의 학번은 나와 같은 11학번이었기에 왠지 내가 많이 뒤처진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다행히도, 그 부끄러움은 합당하지 않은 것이고 내가 스스로가 더 나아지기 위해 강의를 듣는데 부끄러워할 이유 따위는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타인이 바라보는 나의 이미지를 짐작하기를 멈추고 강의에 집중했다. 오히려 더 무엇인가 얻어가기 위해 질문을 했다.
그렇게 강의가 끝난 뒤, 문뜩 왜 한국의 문화가 싫어 한국을 떠난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 갔다. 독일 교환학생에서 내가 28살이니 학년이 몇 학년이니 전혀 신경을 쓰지도 않았을뿐더러. 기수 및, 학번상에 내가 언제 학교에 입학했는지 알 방법도 없다. 서류 처리할 때 그리고 기껏해야 과제 제출할 때 필요한 정도다. 다만 한국에 돌아와서 느껴보니, 어쩌면 이 당연시되던 시스템과, 구조로 인해서 학생들이 서로 융합하고 교류하는데 큰 방해를 해오지 않았나 싶다. 넌 몇 학번, 난 몇 학번. 어느 순간 고학번은 학교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나도 돈 내고 학교 다닌다). 이 고민은 이제 끝이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성숙해지겠다고 하는데 나이니 학번이니 뭔 상관일까 싶다. 젊은 꼰대보다. 열린 마음의 중년이 멋진 법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