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잃은것보다 잊은게 더 슬픈 일
2008년 12월의 일기
7년전 겨울
편집실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 매서운 바람에
국물이 따뜻한 먹을 거리를 들고 집에 돌아옵니다.
집에서 혼자 뭔가를 먹는 게 오랜만이구나 라는 생각 하기도 해요.
간밤 잠이 모자라 멍한 머리인데도,
정리해서 넘겨야 할 서류를 넘기고,
팀장과 머리를 모아 메일을 쓰고, 노닥노닥 수다도 떨고.
돌아오는 길에 사온 귤도 까먹고.
가끔 요리도 해보겠다고 찬거리를 사 들고 와서는,
조악한 군것질거리로 겨우 요기만 하고 침대에 눕기도 해요.
어느 날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수다를 떨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굳어진 머리 생각 좀 하겠다고 책도 뒤적거리고.
지난 주말엔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몸을 좀 쾌활하게 움직여 보기도 했어요.
저는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뭐 사는 게 다 그렇죠.
어때요? 당신이 계신 곳은? 그 곳도 춥고 덥고 달이 뜨고 해가 지나요?
할머니를 그렇게 아끼며 아씨 아씨 부르시던 할아버지는 만났나요?
사는 게 그렇다고 그냥 저냥 다 똑같이 평범하게.
그냥 오늘은.
궁금해졌어요.
잘 계시는지.
내가 그 먼 타지 땅에 가겠다고 했을 때,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던 할머니의 다짐이 무색하게,
나는 내가 사는 게 버겁고 바쁘니,
이렇게 잊고 지내고 마네요.
어때요 그곳은?
할머니는 여전히 조기반찬을 좋아하시고,
할아버지는 여전히 밥을 세 공기씩 드시나요.
할머니의 그 자그마한 손이 만들어 내던,
장조림이, 맑은 국물의 숭늉이, 고깃국이 그리운 밤입니다.
기다려 주신다고 했잖아요.
나 없어 어떻게 하냐고 했잖아요.
그 먼 타지 땅에 돌아왔을 때 할머니가 지키지 못한 약속 보다는.
이렇게 다 잊고 살아버린 제가 무심한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