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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Apr 04. 2022

[조조 래빗 (2019)]

《Jojo Rabbit》 전쟁 속에서 피어난 동화 같은 이야기

이 글은 국내 유일의 OTT 미디어, <OTT뉴스>에 2월 21일 자로 기고된 글입니다.


전쟁은 참혹하다. 전쟁통에서 유년기를 보냈다면 더더욱 참혹했을 것이다. 현실적이고 조숙한 아이라면 일찌감치 애국심에 복받쳐 소년병에 지원하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아이에게 낭만을 지키려는 엄마와 적인 줄 알았던 이성이 등장한다면 어떨까? 전쟁 속 낭만과 사랑을 그리는 영화, <조조 래빗>이다.

조조 래빗 포스터 ⓒ movie.daum.net

감독: 타이카 와이키키

장르: 코미디/드라마/전쟁

개봉: 20. 2. 5.

시간: 108분

연령제한: 12세 이상 관람가

국내 관객 수: 112,136명


이후의 내용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히틀러 청소년단 훈련에 참가한 조조 베츨러(로먼 그리핀 데이비스 분)는 토끼를 죽이라는 지시에도 불구하고 해내지 못하면서 겁쟁이라는 별명, “조조 래빗”이라고 불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도망쳤지만 상상 속 아돌프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 분)가 위로해주고 친구  요키(아치 예이츠 분)가 데리러 왔지만 의욕에 앞선 조조는 수류탄 훈련장으로 뛰어간다. 클렌체도르프 대위(샘 록웰 분)의 수류탄을 빼앗아 던졌지만 발 앞에 던진 조조는 얼굴에 큰 부상을 입고 집으로 복귀한다. 엄마 로지(스칼렛 요한슨 분)는 분노하며 조조에게 소속감을 줄 수 있는 일을 달라고 항의하고 조조는 징집 대신 선전물을 붙이는 일을 소화한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조조는 엄마의 방에서 숨겨진 문을 발견하는데 거기서 유대인 엘사 코르(토마신 맥캔지 분)를 만난다. 엘사는 사실 로지가 데려온 사실을 알게 되면서 조조는 엄마에게 배신감과 의아함을 동시에 느낀다. 엘사가 자신을 고발하면 엄마에게 해가 될 거라며 협박하자 조조는 엘사를 알아가며 유대인을 공부하기로 작전을 바꾼다. 그 과정에서 엘사의 약혼자, 네이선에 대해 얘기를 들었고 조조는 엘사를 괴롭히기 위해 네이선이 헤어지자고 하는 내용의 편지를 조작한다. 내용을 들은 엘사가 슬퍼하자 곧바로 조조는 화해하는 내용을 담아 엘사를 위로했다.

조조, 엘사 ⓒ movie.daum.net

 알게 모르게 엘사를 좋아하게 된 조조. 마음을 연 조조는 엘사에게 자유 시간을 줬지만 그 사이에 게슈타포가 조사 차 집에 침입한다. 엘사가 있던 2층까지 뒤지던 찰나에 엘사는 조조의 누나, 잉거인 척 행동하며 게슈타포를 속인다. 하지만 신분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생일을 틀렸고 클렌체도르프 대위는 알아챘지만 상황을 넘긴다. 아슬아슬한 순간, 조조는 상상 속 히틀러에게 “충성심이 의심스럽다”라는 말을 듣게 되고 사랑과 충성 사이에서 혼란을 겪게 된다.


 그리고 광장, 집에 오지 않던 엄마 로지가 교수형에 처해 매달려 있음을 알게 된다. 복수심에 차오른 조조는 엘사를 칼로 찔러보지만 깊게 찌르지 못한 채 울어 버린다. 연합군의 공세에 독일은 궁지에 몰리게 되는데 조조가 살던 마을 역시 침공을 당한다. 요키도, 간호장교 람(레블 윌슨 분)도, 클렌체도르프도 모두 꼼짝없이 죽음 앞에 놓인다. 

조조와 엘사 ⓒ movie.daum.net

 연합군의 승리, 포로로 잡힌 클렌체도르프 대위는 군복을 입어 잡혀 온 조조를 구해주고 사살당한다. 엘사가 자유로워질 걸 알게 된 조조는 곧바로 집으로 뛰어 오고 엘사가 떠나지 않길 바랐던 조조는 독일이 전쟁에서 이겼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러고 네이선의 편지인 척 안심시키는 말을 하지만 사실 네이선은 작년에 죽었다고 엘사가 알려줬다. 그리고 끝내 조조는 상상 속 히틀러를 쳐내는 데 성공한다. 엘사와 함께 떠나자고 말한 조조는 엘사에게 자유로운 바깥세상을 선사해준다. 둘은 춤을 춘다, 마치 자유로운 나비 한 쌍처럼.


“삶은 신의 선물이야, 즐겨야지.”


 영화 자체는 ‘디즈니스럽게’ 아름다운 이야기다. 동화 같은 분위기와 어릴 적의 유쾌한 느낌을 최대한 살려내려 한 흔적이 보인다. 사실 <조조 래빗>은 크리스틴 뢰넨스의 소설, <갇힌 하늘>이 영화의 원작이다. 사랑스러운 영화의 분위기에 비해 소설은 어둡고 절망적이다. 조조는 열 살이 아니라 17살, 심지어 전쟁에서 중상을 입고 집으로 복귀한 아이였고 엄마 로지 대신 할머니가 대신 집에 있다. 결말에 있어 상당히 암울한데 엘사의 생살여탈권을 쥐어 잡은 조조는 종전이 되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고 4년 동안 엘사를 감금한다. 사랑한다는 이유가 집착이, 감금이 된 것이다. 마지막의 자유로운 춤은 원작에서 볼 수 없었다.

히틀러 역할을 맡은 타이카 와이키키 ⓒ movie.daum.net

 그러나 타이카 와이키키 감독 특유의 연출은 영화를 가볍고 즐겁게 만들었다. 조조를 더 어리게 만들었고 조금 더 직접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조언자, 로지를 추가했다. 집을 비롯해서 예술적인 소품과 착장, 적재적소에 깔리는 음악은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하일 히틀러”에 맞춰 비틀스의 <I Want To Hold Your Hand>가 등장하는 장면은 풍자와 해학이 넘친다. 히틀러가 와이키키 감독 본인이라는 건 영화의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아역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조조 역의 로먼 그리핀 데이비스와 엘사 역의 토마신 맥캔지의 케미스트리는 두고두고 볼만하다. 데뷔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연기력을 선보인 그리핀 데이비스는 2019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신인배우상을 수상할 정도였다. 2000년 생의 맥캔지도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후 <올드>에서도 준수한 연기를 보여주며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조조, 히틀러, 로지 ⓒ movie.daum.net

 빼놓을 수 없는 신 스틸러, 엄마 로지 역의 스칼렛 요한슨은 당시 <결혼 이야기>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조조 래빗>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는데 유독 상 복이 없었던 요한슨이지만 더블 노미네이트는 엄청난 성과였다. 요한슨의 성숙한 연기와 그리핀 데이비스, 맥캔지의 풋풋한 모습이 보고 싶다면, 동화 같은 이야기의 <조조 래빗>이 아주 온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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