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8. 살짝 설렜어 난.

작품 완성만 하면 성공할 줄 알았지 뭐야.

by 책중독자 진진

작가님들의 동화 작법 수업이 끝나고, 드디어 합평 수업이 시작 됐다.

내 작품의 발표 순서가 코 앞으로 다가오는데 글이 한자도 써지지 않았다. 처음으로 써보는 단편의 글이 쉽게 써질 리 만무했다. 운전을 하다가도 소재를 떠올렸고, 내가 있는 곳이 어디든 소재로 쓸만한 것이 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봤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

드디어 쓰고 싶은 주제가 번뜩 떠올랐다.

머릿속에 떠오른 주제가 사라질 까 계속 되뇌며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메모장에 소재를 옮겨 적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컴퓨터 앞에 앉았다.

먼저 주인공을 만들었고,

장소를 정했고

플롯을 정했다.

자, 이제 모든 걸 준비했으니 이제 쓰기만 하면 되겠지?

그래, 이제 쓰면 된다.

그저 쓰면 되는 건데

이거 어렵다.. 정말 어려웠다.


하루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컴퓨터를 덮었고. 그다음 날도 조금 끼적이다 멈추기를 수 회. 결국 작품 제출 하루 전. 즉 똥줄이 타기 시작하자 갑자기 글이 써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마감이 최고의 동력이라 했던가, 그 말은 정말이었다. 나는 3시간 동안 앉아 나의 첫 단편을 적어나갔다. 하나의 대사가 떠오르자 그다음 대사가 떠오르고 머릿속에 떠오른 말들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듯이 그렇게 나의 첫 단편 6장은 기록되었다.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굉장히 미숙했다.

하지만, 그때 당시의 나는 마치 천재가 작곡하는 듯한 경험을 하며 스스로 단편을 완성한 것에 취해 있었다.

게다가 합평 당시 '재미있다.'는 사람들의 반응과

'00 선생님은 이 작품을 꼭 퇴고해서 완성해 보셨으면 좋겠다.'는 동화 작가님의 애정 어린 후속피드백

말 그대로,

살짝 설레고 말았다.

(솔직히 고쳐야 할 점도 많이 지적받았건만... 좋은 말만 쏙쏙 골라 듣고 말았다. 글을 쓸 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몇 달 뒤, 나는 작가교실 수료 후, 작가라는 꿈에 진지한 동료 몇몇과 합평모임을 이어가던 중 묵혀두었던 나의 첫 단편을 꺼내 장편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짧은 글에 기승전결을 담아내야 하는 단편도 힘들었지만 장편도 만만치 않았다. 장편은 긴 이야기 속에 기승전결을 넣고 그 사이사이 상세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넣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긴 글의 호흡을 이어가는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아무리 내가 책을 많이 읽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좋은 글이 뚝딱 써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결국 나는 해냈다. 솔직히 말하면 절반쯤 해냈다.

장편은 완성했으니 해내긴 해낸 것인데, 재미있고 위트 있으면서 메시지가 있는 좋은 글은 완성하지 못했으니 해낸 것이 아니기도 했다.

그래도 일단 그 작품을 여기저기 공모전에 내보기로 했다.(사실 지금도 공모전에 제출한 상태. 히힛)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번에도 광탈했음을.

작품에 자신감을 가져야 하건만. 내가 생각하는 실패요인은.

1. 나의 문우들이 지적해 준 좋은 합평 내용을 적용해서 고치지 못했다.(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퇴고에 대해 다음 기회에 써보겠다.. 에휴휴)

2. 이상하게 자꾸 내 글엔 어른들이 활약한다.(큰일이다...ㅋ 웃을 일이 아니다..ㅜㅜ)

3. 알고 봤더니 비슷한 소재로 이미 출판된 작품들이 많았다.(이런 아이디어는 나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게다가 내가 이 작품을 처음 쓴 건 23년 12월, 24년에 비슷한 작품이 출판된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작가 되기 무섭다.. 책을 읽을수록 내가 쓸 거리가 남아있을까 걱정이 된다..ㅠ)


23년 12월. 나는 작가님의 칭찬 한마디에 금세 좋은 작가가 될 줄 알았다.

살짝, 도 아니고.. 지나치게 설레고 말았다.


하지만,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아직 내가 많이 부족함을.

이제는 그 부족함을 깨닫고 좀 더 공부하고, 좀 더 열심히 써보기로 했다. 그러려고 브런치도 시작한 거니까.

독감에 걸려 골골대던 지난 한 주.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머리가 멍하고 근육통이 너무 심해 < 글을 쓸 수 없었다는 것!

즉, 아픈 것보다 글을 제대로 못쓰는 게 나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었다.

올해는 내 작품을 좀 더 냉혹하게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우리 문우님들의 의견을 귀담아들으며!(지금도 귀담아듣고 있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나의 소중한 문우님들! 다만 퇴고 능력이 부족할 뿐이랍니다..ㅜㅜ)

열심히 쓰는 한 해를 보내봐야지.

그래도 나의 꿈이 내가 좋아하는 일과 맞닿아 있어 참으로 다행이라 여기는 요즘이다.


『오늘 밤은 쓰고 자야지.』 EP08. 살짝 설렜어 난. 끝.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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