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7. 잠든 아이 옆에서 글을 짓는 삶

글 쓰기가 아무리 좋아도 1번은 아이들. 물론 0번은 나라는 건 안 비밀

by 책중독자 진진

주로 아이가 잠든 후 글을 쓴다.

지독한 야행성 인간이라, 이른 새벽글쓰기는 도저히 도전해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힘겹게 몸을 일으켜 나만의 공간으로 이동한다. 그 공간은 안방의 침대 위가 되기도, 모두가 잠든 거실 식탁 위가 되기도, 작은 옷방의 화장대 위가 되기도 했다. 모두가 잠든 밤은 고요함 속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글쓰기에 몰입할 수 있어 좋다. 아이들이 있는 집은 한 시도 조용할 날이 없으니,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야 찾아오는 이 고요한 시간을 놓칠 수야 없지!

그런데 요즘 체력이 떨어진 것인지 아이를 재우고 함께 잠드는 날이 많아졌다.


자기 전, 매일 한 시간씩 글을 쓰고 자는 것이 25년의 목표 중 하나였는데, 그걸 지키지 못하고 잠들었다 새벽 2시쯤 번쩍 눈이 떠지는 날이면 그렇게 지나간 시간이 아까울 수가 없었다.(일찍 잠이 들면 시간적인 손해가 어마어마하다. 아, 아까운 내 시간들!!)

그렇다고 그 시간에 일어나 글을 쓰자니, 다음날 하루를 모두 망쳐 버릴까 봐 그럴 수도 없어 찝찝한 마음을 가득 안고 다시 잠을 청한다. 그렇게 푹 자고 나면 개운할 것 같지만 되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플 때가 많았다. 나이가 드니 잠도 없어진 것인가 싶어 조금 서럽다.(혹 선배님들이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까불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그래서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그전에 아이에게 양해를 구했다.

"엄마가 숙제를 할 게 있는 데 00이 옆에서 글을 좀 써도 될까? 우리 00이 자는데 방해되지 않겠어?"

"응, 엄마. 나는 엄마가 옆에 있는 게 좋으니까. 괜찮아. 엄마 숙제 하느라 힘들겠다."

오히려 나를 걱정해 주며 애정을 표하는 그 따스함에 슬몃 미소가 지어졌다.

고마워, 우리 아가.

그때부터 아이를 재우며 그 옆에서 글을 쓰고 있다.

타닥타닥

내 키보드 소리와 아이가 좋아하는 연주곡을 들으며 아이는 슬며시 눈을 감는다. 작은 손이 내 팔을 꼭 잡고 서서히 잠에 빠진다. 스르륵 깊은 잠에 빠지기 전 "엄마 사랑해"말하며 내 팔에 귀여운 볼을 비빈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글을 쓴다. 그러다 아이가 잠이 들면 아이를 바로 눕히고 가만히 이불을 덮어 준다.

아이가 잠든 걸 알면서도 너무 적나라하게 나의 생각이 드러난 글을 쓸 때면 슬몃 아이의 눈치를 본다.

그럴 때면 슬며시 노트북을 챙겨 나만의 공간으로 다시 이동한다.

잠들어서 아무것도 모를 테지만, 내 힘든 경험과 관련된 글을 지을 때면 왠지 아이의 눈치가 보인다.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것이 이토록 힘이 드는 일이라니!

나만의 공간으로 이동하고 나면 다시 눈치 보지 않고 생각을 마음껏 펼쳐볼 수 있다.

그제야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려본다.


『오늘 밤은 쓰고 자야지.』 EP07. 잠든 아이 옆에서 글을 짓는 삶. 끝.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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