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9. 주인공은 언젠가의 나였고, 그리고 너였다.

주변의 인물 관찰하기, MBTI, 그리고 AI

by 책중독자 진진

개인적으로 글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주의다. 심각한 글도 위트가 있는 글을 좋아하는 나는 내 글에도 재미가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재밌고 즐거운 점을 가미한 주인공을 만들고자 노력했다.(다 적고 보니 지독히도 쓸쓸하고 외로운 주인공도 있었다는 게 떠올랐다.. 거짓말쟁이가 되기 전에 미리 고백한다..)


글 속의 주인공은 언젠가의 나였고, 그 주변 등장인물은 언젠가 내가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언뜻 보면 티가 안 나지만 자세히 보면 주인공들의 모습에 나와 내 주변인들의 모습이 조금씩 배어있다. 그 편이 훨씬 상상하기에 좋았다. 평소 다양한 인간군상들과 노상 함께하는 내 삶이 이럴 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인물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는 부족했다. 주인공의 성격은 이야기의 전개와 분위기에 지대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야기 짓기에 있어 주인공과 서브주인공 캐릭터를 설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작업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MBTI다.


평소의 나는 MBTI로 사람을 규정짓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MBTI를 통해 서로의 성향을 이해하고, 그들의 취향을 존중하려는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왠지 어떤 틀에 사람을 가두고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규정지어 버리는 것만 같아 불편한 마음이 가득 들었다.

사람들과 나는 종종 이런 대화를 나눈다.(정말 여러 번)

A : 너는 E야 I야?

나: 나는 E가 되고 싶은 I야.

A: 거짓말. 그런데 처음 만난 사람이랑 이렇게 말을 잘한다고?

나: 정적이 못 견디게 싫은 거지. 오디오가 비는 걸 못 참거든.

A: 에이, 완전 E 같은데?

나: 응. MBTI가 그렇게 나오긴 하더라. 근데 난 E 52%에 I 48%인 사람이야. 사람들이 좋은데, 혼자 있는 시간이 없으면 그게 또 스트레스받는 일이거든. 혼자 충전하는 시간이 꼭 필요해.

이렇게 사람들은 이분법적으로 나를 구분 짓고 싶어 하지만, 나는 언제나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나만의 방법으로 나를 설명하곤 한다. MBTI라는 남들과 소통하기 쉬운 방법을 활용해서.


하지만 캐릭터를 설정하는 것은 조금 다른 작업이다. 조금 더 명확하게 성격을 설정하는 것이 아무래도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좋다. 인물의 성격에 따라 똑같은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그 속에서 인물의 말하는 방식이나 행동양식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내가 싫어하는 성격 규정짓기를 해야만 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이분법적으론 하지 않는다. 다양한 성격이 복합적으로 있는 사람을 떠올려본다. 주로 내 속의 어떤 자아가 갖는 모습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MBTI로 인물의 캐릭터를 정하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AI로 그 외형적인 부분을 생성해 보길 추천한다. 그러면 이야기 속에 그 인물이 활약하는 장면을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롬프트를 제대로 쓰지 못하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나와 상상에 되려 방해가 되기도 하니, 이 부분은 선택사항으로 두는 게 좋다.


MBTI에 AI의 도움까지. 와, 글쓰기 너무 수월한 세상이 아닌가? 싶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건 기초적인 작업일 뿐 그 후반에 더 크고 중요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글 베껴쓰기가 아니라 진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오늘도 나는 책을 읽으며 내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특성 중 어떤 것이 부각된 캐릭터를 만들면 좋을까 고민해 본다. 그리고 살짝 욕심을 내어 재밌는 요소를 첨가해 본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이 나눌 대화를 상상해 본다. 언젠가는 이 캐릭터들이 책 속에서 신나게 활약하는 날이 오길 바라면서..


*주의!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주변 인물의 캐릭터를 100% 차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사전 허락을 구하는 게 좋다. 그게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있는 행동이다.


『오늘 밤은 쓰고 자야지.』 EP09. 내 이야기의 주인공은 언젠가의 나였고 그리고 너였다. 끝.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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