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삶의 임계점을 높여 나가는 중
그저 나이 40이 되면 무언가 잘하는 것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 땐 엄마 아빠가 시켜서 공부했고, 중학교 땐 내 인생 중 가장 치열하고 즐겁게 공부했으며(K지역의 마지막 고입 세대였다.), 막상 고등학생이 되었을 땐 조금은 해이해진 체 그저 묵묵히 공부했다.(중학생 때 공부가 너무 즐거웠던 탓에.. 너무 일찍 힘을 빼버리면 안 된다는 걸 그때는 몰랐던 거지..) 대학생이 되어서도 고등학생 때와 비슷한 삶을 살았다.
내가 나온 교대는 학기별 수강시간표가 정해져 있어, 대학 생활 동안 그 흔한 수강 신청을 해볼 일도 없었다. 남이 짜주는 시간표에 맞춰 수업을 듣고, 기숙사에서 주는 밥과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너무나도 평온한 일상을 보냈다. 당연히 동아리는 가입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그 문턱을 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저 꿈만 꾸다 그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아니 간절히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는 것이 맞겠다. 그때는 그냥 그 일상이 좋았다. 크게 애쓰지 않아도 되는 소소한 즐거움에 만족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임용 고사 준비는 좀 치열하게 하기는 했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초등 교사가 되었다. 그 꾸준하고 평온하며 때때로 치열했던 삶이 싫었던 것은 아니다. 학생으로선 열심히 살기도 했고 어쨌든 그때는 ‘나’로 존재할 수 있었으니까 그 자체로 만족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내가 달라진 건 둘째를 낳고 다시 복직한 뒤였다.
복직한 지 6개월 뒤, 다음 학년을 정하던 시점에서 교감 선생님이 찾아오셨다. 부장을 해볼 생각이 없냐는 제안.
복직을 빨리한 탓에 둘째는 이제 두 살이었고, 남편도 일이 바빠지기 시작할 무렵이라 선뜻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그때 교감 선생님의 말씀.
“지금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어. 애들 다 크고 나서 그때 승진하려고 하면 그때는 기회가 없을 거야. 지금 할 수 있을 때 한번 해 봐.”
13 학급에 작년에 신규 다섯 명이 발령 난 학교에서 부장 할 사람이 없어 하는 말인 줄 뻔히 알면서도 이상하게 이 제안에 마음이 동했다.
승진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면서, 너 설마 승진하고 싶었던 거야? 마치 어제 공부 못했다고 징징대면서 당당히 100점을 맞는 미운 범생이처럼?
아니다. 승진 점수 관련된 가산점은 하나도 모으지 못했던 당시의 내가 그랬을 리가.
그저 어쩌면 새로운 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아무래도 젊은 선생님을 더 선호하는 아이들과 학부모 사이에서 나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때때로 의문이 들었으니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딱 그 정도의 생각이었다. 아니면 ‘한자리할 욕심’ 같은 게 있었을지도 모르지. 워낙 말하는 걸 좋아하니 회의 석상에서 큰 목소리를 한번 내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부장이 되었다. 그것도 13 학급인 학교의 부장. 일의 양은 당연히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그때 나는 나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하는 것만으로 벅차던 내가 이 정도의 업무를 감수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넓혀 나가는 과정이 할만했던 것이다. 아니 도리어 그 과정에서 내가 살아있다고 느꼈다면 이건 너무 일 중독자 같은가?
‘나는 지금 아이를 키우느라 다른 건 할 수 없어.’라며 한계점을 정해버렸던 내가 그것을 단번에 부숴버린 것이다.
‘어? 나도 이렇게 살 수 있는 거였네?’ 하는 생각은 내 삶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그때부터 새로운 도전을 하나씩 시작했다. 매년 신년 목표를 영어 공부하기로 세워 한 달 정도 열심히 하다 말기를 반복하던 나의 목표가 조금씩 구체적이고 그 양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오히려 줄여야 할 정도로 욕심을 내는 중이다.(정말 줄여야 한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포기하지 않기가 올해의 목표!)
그 목표 중 당연히 글쓰기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너무 서론이 길어져 이 이야기는 다음 장에서 풀어야겠다.
나는 지금도 내 삶의 임계점을 높여 나가는 중이다.
나는 오늘도 잠든 아이 옆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오늘 밤은 쓰고 자야지. 성공!
『오늘 밤은 쓰고 자야지.』 EP03. 워킹맘, 꿈을 꾸다 1.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