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4. 작가가 되고 싶어.

동료교사 Y, 작가교실, 남편

by 책중독자 진진

“언니, 작가교실 수업 한 번 들어볼래?”

2023년 어느 날 동료 교사 Y가 제안했다. 우리는 작은 학교에서 함께 근무하며 조금씩 친분을 쌓아나가던 중 마지막 해엔 같은 연구실을 쓰게 되며 종종 연구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했다.


Y는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치열하게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엔 TOP3에 들 정도로 열심히 사는 Y가 내겐 늘 멋지고 대단해 보였다. 그전까지 나는 늘 무엇이든 망설이다 그만두는 쪽을 선택하는 사람이었으므로 새로운 일에 늘 도전하고 무엇을 하든 1등을 해내고자 부단히 애쓰는(실제 1등을 하기도 했고) Y는 정말 멋진 사람이었다.


“Y, 넌 정말 대단해.”라고 말하면 Y는 늘 말했다.

“언니, 나는 애가 없잖아. 언니는 결혼하고 애도 둘이나 육아하면서 부장일도 이렇게 웃으며 해내는 언니가 정말 대단하지. 언니는 내가 본 대단한 사람 중 한 명이야.”

Y에게 그 말을 듣는 순간만큼은 나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게다가 나의 치열한 삶을 인정받았을 때의 기분이란. 마치 큰 상을 받은 것만 같다고나 할까.


대단하다.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 Y였기 때문이었을까. Y앞에서는 시시껄렁한 나의 꿈을 말하는 게 부끄럽지 않았다. 그 해, Y와 나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중 요즘 글쓰기에 다시금 관심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즈음 나는 손으로 쓰던 다이어리에서 벗어나 블로그에 내 생각들을 적어나가기 시작했고, 아이들과의 수업 중 우연히 동화창작을 함께 해보며 이야기 만들기가 막 재미있어지던 참이었다.

“나, 얼마 전 동화를 적어봤는데 순식간에 7페이지가 써지더라. 내 얘기라 그런지 글을 보는데 괜히 눈물이 났어.”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Y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언니, 작가교실 수업 한번 들어볼래? 원래 오프라인만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온라인 수업도 같이 하고 있어. 나는 언니가 이 수업 꼭 들어보면 좋겠다.”


작가교실


그 한 마디는 오랜만에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무언가를 이토록 하고 싶었던 적은 오래전, 대학교 1학년 때 기타 동아리 방 입구에서 들어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던 그때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그때의 나는 그곳에 결국 들어가지 못했었다.

1학년때는 부끄러워서, 2학년때는 신입생이 아니라 어색하다는 이유로(결국 부끄러워서다.) 3,4학년때는 그냥 당연히 안 들어가는 걸로 여겼던 나.


그러나 2023년의 나는 20살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을 만나 자신감을 얻었으며(언젠가는 이 분들에 대한 글도 쓰고 싶다.)

많은 일을 해내며 나는 단지 시간이 없어서, 엄마라서, 원하는 것을 꿈꾸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도전해보고 싶었다.

꿈을 실행시키는 그 일을.


그러나 처음부터 쉽게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는데.

그건, 빚을 내어 지금의 집을 마련한 나의 경제 상황이 1번이었고(작가 교실 수업료는 꽤 비쌌다.), 두 번째는 아무리 임계치가 높아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내게는 육아와 살림이라는 포기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소중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이 하필 아이가 자는 시간이라, 아직 엄마와 잠을 자려고 하는 둘째가 가장 걸리긴 했다. 일주일에 한 번이었지만, 5개월이라는 긴 여정이었으므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 신랑에게 말했다.

“나 진짜 하고 싶은 게 생겼는데. 나한테 투자 좀 해 볼래? 내가 진짜 열심히 해 볼게.”

“뭔데? 해라.”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

앞으로 자기에게 일어날 일은 알지 못하고 그저 해보라는 남편.

그의 쿨한 반응이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저지르는 것이 중요했던 그때의 나는(저지르지 않으면 실행을 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냥 덥석 물어버리고 말았다.

“고마워. 나 열심히 해볼게. 대신 자기가 화요일에는 둘째 재워줘야 해.”

활짝 웃으며 좋아하는 내게 관심 없는, 조금은 못마땅한 표정을 짓던 그의 얼굴.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일단은 큰 결정을 내렸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으니까.(나중에 그 불안 중 일부는 현실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작가 교실 수업을 들으며 꿈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게 되었다.

결론이 어떻게 될 진 알 수 없다.

하지만 난 여전히 글을 짓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당분간 결론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쓰고 또 쓰기로 했다.

잠시 성취에 집착해 글을 쓸 수 없던 시간들이 있었다. 이제는 그럴 시간에 일단 컴퓨터 앞에 앉을 것이다. 특히 올해는 그렇게 해 보기로 했다.

그 이후엔..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봐야지.


『오늘 밤은 쓰고 자야지.』 EP04. 작가가 되고 싶어. 끝.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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