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이름으로 불려지고 싶나요?
현재 독자님이 쓰고 있는 닉네임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참 다양한 닉네임이 있습니다. 영어 단어, 전화번호, 세례명, 좋아하는 숫자, 좋아하는 색깔일 수도 있고 꽃 이름일 수도 있고, 어쩌면 긴 고민 끝에 지은 호(號)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그 순간에 스쳐지나갔던 어떤 감각일 수도 있고, 오랜 시간 마음에 품어왔던 꿈일 수도 있지요. 아니면 정말 아무 의미 없이 지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인터넷에 첫 발을 디딜 때, 가장 먼저 정하는 게 ID입니다.
부모님께 부여받은 이름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이 아이디는 나의 정체성을 담아 직접 지을 수 있지요. 내가 어떻게 불려지길 원하는지 직접 고를 수 있는 셈입니다. 인터넷 세계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또다른 페르소나(사회적 생활을 위해 만드는 공적인 얼굴)라고나 할까요?
탱고에서도 닉네임을 씁니다!
이름 대신 불러지는 명칭입니다. 가령, 자신의 탱고 네임을 '로즈'라고 지었다면, 당신은 이제 계속 '로즈님'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이 닉네임은 처음 탱고에 발을 디뎠을 때부터 줄곧 따라다닙니다. 물론 활동 도중에 닉네임을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경우에도 '전에 로즈님이셨던 분이 닉네임 바꾸셔서 릴리님이세요.'라고 소개되는 식이지요. 그러니 정말 중요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이름은 언제 처음 지어지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그건 차차 마지막에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제 첫 탱고네임은 '준코'였습니다.
거창한 이름은 아니고, 그냥 술집 이름이었습니다. 아마 연배가 좀 있으신 분이라면 아실 만한 이름이지요. 안주가 계속 나오고,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던 재밌는 술집이었지요. 요즘은 좀 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만, 한때 굉장히 유행했던 적이 있어요.
동시에 준코는 스페인어로 '검은 방울새'를 의미합니다.
탱고에서 주로 사용되는 언어가 스페인어(아르헨티나에서 사용하므로)인 만큼 스페인어로된 멋진 이름을 가지고 싶었는데, 이게 좀 오해가 많았습니다.
"혹시 일본인이세요?"
수도없이 들었던 질문이었습니다. 오해를 받기에 딱 좋은 이름이긴 했지요. 아니라고 설명하는 것도 힘들어서, 다음에는 꼭 탱고네임을 바꾸리라 마음을 먹었습니다.
현재 제 탱고네임은 '리플'입니다.
이것도 별로 거창한 의미는 아니고, 그냥 내 글에 댓글이 많이 달렸으면 해서 지은 이름이었습니다. 닉네임을 지을 당시 댓글창이 눈에 보였기 때문에 냅다 갖다 붙인 이름입니다. 나름대로 신선하고 누구나 기억할 법한 닉네임이라 괜찮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 이름도 적잖은 오해를 받았습니다.
"혹시 코인하세요?"
아. 그때야 알았습니다. 리플이라는 코인이 있다는 걸요. 사람들이 '요즘 리플이 올라서 좋던데요' 따위의 농담을 할 때면 저는 속으로 땅을 쳤습니다.
어쩌다가 코인이 되어버린 걸까요?
이제와서 바꾸기는 늦었고, 저는 여전히 리플로 살고 있습니다.
겹치지 않게 짓는 것도 요령입니다.
가령, 유명한 강사와 닉네임이 겹치면 그것도 곤란하지요. 같은 수업에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이 있어도 겹치기 때문에 불편합니다. 가끔은 아주 개성 있는 이름들을 볼 수 있습니다. 대체로 영어로 된 이름을 쓰는데, 한자로 된 멋진 이름을 쓰거나 '탱고킹', '탱고의 진수', '멋진남자', '춤신춤왕', '예쁜공주' 같은 닉네임을 쓰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탱고 대회에 나가면 선수들의 닉네임을 호명하는데, 이런 닉네임이 나올 때면 확실히 기억에 남지요.
기억하기 쉬우면서도 독특한 나만의 닉네임!
독자분들은 혹시 지금 머릿속에 지나가는 이름이 있는지요? 탱고를 하면서 내가 어떤 이름으로 불렸으면 하는지요?
어쩌면 탱고 인생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단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탱고네임은 언제 처음 짓게 될까요?
몇 가지가 있습니다만, 가장 흔한 루트는 해당 탱고 카페에 처음 가입했을 때입니다. 나도 모르게 쓰던 닉네임이 내 탱고네임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첫 수업에 강사 선생님께서 'ㅇㅇ님?' 하고 불러주실 겁니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개명을 해야겠지요.
이름표는 보통 첫수업에 작성합니다. 앞서 설명했듯 이때 신중하게 잘 지어야 합니다. 이름표에 한번 자신의 이름이 적히면, 이제 수업 내내 그 이름표를 달고 다니게 됩니다. 동기들은 서로 닉네임으로 부르며 인사를 나눕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닉네임을 알렸을 무렵, 이름표를 떼고 앞선 사진들처럼 입구에 주렁주렁 걸게 됩니다. 그러므로 열심히 활동하고, 자신을 부지런히 소개하고, 동기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수업에도 성실하게 참여해야겠지요.
다음에는 빠질 수 없는 존재, '동기들'과 '기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게 또 정말 중요한 세계가 탱고입니다.
왜냐하면 "ㅇㅇ동호회(아카데미)의 ㅇㅇ기 ㅇㅇ입니다"가 앞으로 자기 소개가 되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