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연재에 들어가며

by 박지아

<힐 위에 서다>


- 북에디터의 탱고 강사 도전기

지방에서 홀로 상경한 10년 차 편집자.

월셋집에 살아도, 업무에 치여도 포기하지 못한 것이 있으니 바로 ‘아르헨티나 탱고’.

늦다면 늦은 나이, 38살에 만난 탱고로 이제는 40대의 강사를 꿈꾼다!

평생 책상 앞에서 책만 만들던 몸치 북에디터의 아르헨티나 탱고 강사 도전기.

▲ 탱고를 배운 지 6개월 만에 공연을 하던 날.























저는 38살, 출판사 편집자입니다.


글은 저자가 쓰고,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하는데,

그럼 편집자는 뭘 하는 사람들일까요?


편집자는 출판사와 저자 사이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한마디로 A4용지 상태인 원고가 책의 형태가 되기까지의 중간 과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먼저 본문 교정 교열을 보면서 책의 체제를 맞춥니다. 다음으로 판형과 디자인을 잡지요. 표지 제작도 편집자들이 의뢰합니다. 이후 1교, 2교, 3교, 4교, n교…. 저자의 최종 OK를 받은 후 인쇄소에 넘깁니다. 이후 도서 소개글을 쓰거나, 홍보 문구를 뽑고, 때로는 기사를 쓸 때도 있지요.


즉, 편집자는 책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입니다.


저자가 써 온 원고에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체크하는 건 기본입니다. 당연히 비문도 확인하지요. 책에 들어가는 쉼표 하나, 마침표 하나까지 세심하게 살피고, 심지어 책의 여백조차 우리에게는 검토의 대상이 됩니다.


정말 하루 종일 글자만 보고 있는 직업이라고나 할까요!


이렇게 하루 종일 글만 읽다 보면 활동력은 떨어지고 생기는 줄어들며 머리에는 쥐가 납니다. 그래서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신체활동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춤 같은 것.




제가 탱고를 처음 접한 건 29살 때의 여름이었습니다.


당시 제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습니다. 홍대에 있는 출판사에서 소설과 인문서를 주로 만들었는데, 소설이 문제였습니다. 같은 줄거리를 반복해서 읽는 게 영 재미없었습니다. 도서편집자라는 직업에 회의가 들었습니다. 천성이 꼼꼼하지 못한 탓에 실수가 잦았고, 출근하면 편집실장님께 혼이 나기 일쑤였습니다. 교정지를 아무리 봐도, 틀린 글자 하나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이 일이 손에 안 맞는 게 분명했고, 더 늦기 전에 다른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달리 쌓아놓은 경력도 없고,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었습니다. 답답하고, 도무지 인생이 풀리지 않는 것 같은 29살 여름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경의선 철길을 걷다가 ‘아르헨티나 탱고’라는 간판을 보았습니다.


저는 원래 라틴계열 댄스를 좋아합니다. 동영상으로는 자주 봤지요. 하지만 제가 출 수 있으리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술에 취했던 탓일까요?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계단을 올라가 아카데미의 문을 밀었습니다. 그러자 좁은 문틈으로 화려하고 간드러진 반도네온 가락이 새어 나왔습니다. 물씬 풍기는 진한 향수 냄새.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은 미인들잘 차려입은 신사들. 그리고 황금빛 조명, 와인, 창문을 막고 있는 두꺼운 암막 커튼.


저는 자신이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왔음을 직감했습니다.

그리고 탱고가 제 미래가 될 것임을 알아차렸습니다.




이 시리즈는 29살의 제가 탱고를 처음 접한 이후,

38살이 되어 다시 만난 탱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40대 탱고 강사를 목표로 분투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과연 저는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요?

탱고를 통해 인생의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연재를 진행하는 동안, 독자분들도 함께 탱고의 뜨거운 가락에 몸을 맡기시길 바랍니다.

또 할 수 있다면, 당신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오길 기원합니다.


시작하겠습니다.


<힐 위에 서다: 북에디터의 아르헨티나 탱고 강사 도전기>

▲ 홍대 마인드B에 있는 책의 탑. 편집자들의 피와 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