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그릇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큰 것을 담을 수 있다고들 한다. 무엇을 담 든 어쨌든 커야 한다.
뭐든지 다다익선, 아는 것이 많으면 좋고 사랑이 많아도 좋고 튼튼하면 좋고 많이 먹는 것도 적게 먹는 것도 좋다. 단, 보기 좋아야 한다. 뭐든 것이 그렇다. 남을 볼 때도 자신을 볼 때도 큰 그릇이 되기 위한 과정은 생략되길 바라거나 가능하면 쉽게 쉽게 지나가길 원한다. 적게 노력하고 크게 얻기. 어쩌면 가성비의 삶을 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가성비의 시대니까.
그런 가성비의 시대에서 가성비를 쫓다가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어떤 노력을 해왔지. 솔직하게 말해보자.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그게 어떤 것인지도 알지 못하지만 내 안에 격랑의 파도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간장 종지만 한 그릇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게 남은 것은 그런 간장 종지 안에 남은 적은 양의 무엇. 그조차 쉴 새 없이 치도 들어오는 파도에 깨져버린 상태다.
나를 제대로 담고 싶고 기억하고 싶고 생각하고 싶다. 언젠가 이 무서운 파도가 지나가고 나도 큰 그릇을 갖고 왔을 때 마음껏 퍼낼 수 있는 그런 사람.
내 영혼을 담기엔 난 너무 작은 사람. 내 신체와 정신 안에 갇혀있는 무언가를 풀어주고 싶다. 그렇기에 다시 처음부터 내 그릇을 만들어가야 한다. 조금씩 조금씩 깨지고 부서지더라도 결국은 내 영혼을 담을 수 있는 그런 그릇. 그것을 가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