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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난 별로야. 그래도 개성 있지

by 김경민

(* 해당 글에 묘사된 아티스트의 말은 글쓴이에 의해 각색된 점이 있습니다. 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다만, 이 글 안에서의 흐름에서 이해해 주시길)



한동안 깊은 우울감에 빠져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무도 내 글을 원하지 않았고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다. 자기 증명의 수단으로 글을 쓴 것은 아니었지만 글을 쓰고 책을 내고… 그 모든 것이 너무 달콤했던 것일까. 내게 주어졌던 소박했지만 나에게만큼은 로또 같았던 그 행운이 계속됐으면 했다. 인생에 한 번뿐인 좋았던 기억으로 남기고 싶지 않았고 나 자신의 어떤 면을 증명하고 채워주는 글이라는 것을 계속 써보고 싶었고 그래서 계속 도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신감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렇게 잘될 줄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거절이란 건 당하면 당할수록 더 깊이를 알 수 없게 뒷맛이 씁쓸했다.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고 거절의 답변보다 무서운 무응답. 새로고침을 해도 기다리는 메일은 한 통도 오지 않았다. (사실 똑같이 복붙 해서 거절하는 메일도 짜증 나긴 했지만 그건 어떤 문구로 거절하는지 읽어보는 맛이라도 있었다)


이러다가 우울해서 뭔 일 나지 싶어 몸을 괴롭히기로 했다. 평생 거의 한 적 없는 운동을 하기로 한 것이다. 내 눈에 흐르는 게 눈물인지 땀인지 알 수 없게 그냥 다 흘러가 버리렴~ 하는 심정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배경음악은 알고리듬의 신께 맡기고 그 리듬에 맞춰 발을 굴렸다. 그러다 내 귀에 꽂힌 한 멜로디.


길 가다가 넘어져라. 지옥불에 떨어져라. 통장 잔고 바닥나라…


아… 너무 신나. 그래, 이거지. 하면서 신나게 달렸다. 그리고 그녀에 대해 찾아보니 한 영상이 떴는데 제목은 “악보 못 보는 가수 A가 작곡하는 방법 - 그녀의 빅픽쳐는 3년 전부터(정확히는 아니고 대략 이런 제목)”이라는 영상이 나왔다.


“이런 말은 사실 아이돌은 못 하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먼저 하려고요”


그리고 이런 말도 덧붙였다.


“난 저런 건 못하지만 이런 걸 잘하지. 나는 이런 매력이 있어! 이런 날 가만히 둘 거야?”


이런 당찬 그녀의 말을 듣고 있자니 나의 글을 본 사람들의 얼굴과 말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왜 상처받았었는지, 무엇이 슬펐는지 곱씹어 보기도 했다.


“좀 더 부드럽게 써봐. 네 글은 이성적인 면이 있어”


이런 반응이 많았기에 남의 글의 다정함을 흉내 내려고 많이 했었다. 하지만 잊고 있던 게 있었다. 내 책은 많이 안 팔렸지만 디자이너도 이런 생각 이런 말을 할 줄 아는구나 하는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었다. 그런 내가 요즘 유행하는 다정함을 흉내 내 따라 하다가 나의 장점을 잃어버리면 어쩌지 싶어 정신이 번뜩 들었다.


네, 맞아요. 저는 돌려 말할 줄 모르고 다정하게 말 거는 법도 모르죠. 그러나 그래서 좋은 점도 있어요. 다정한 사람의 말도 글 잘 쓰는 사람의 말도 많지만, 저란 사람은 안 웃으면서 다정하게 말하기도 하죠. 때론 그런 사람의 말도 필요해요.

이런 나를 그냥 둘 거예요?



사실 이런 건 다 변명이고 나의 장점을 살리는 것도, 단점을 보완하고, 수련하고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노력도 하고 있다. 단지 마음속 한편에 정신 승리로 이런 말을 주저리고 있는 것일지도. 내 글은 나 자신한테 만큼은 암쏘핫 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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