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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Oct 15. 2024

251-265(다시 시작하는 손바닥 일기)

251

ai 스피커로 노래를 자주 트는데 가끔 딸이 좋아하는 노래를 스스로 튼다. 그런데 아직 기억력의 한계로 아이유님의 ’무릎‘을 자꾸 ’다리‘라고 한다.


252

ai스피커의 명령어로 다소 친근한 ’짱구‘로 해놨더니 어느 날 딸이 “짱구는 좋은 친구야. 노래도 틀어주고 많이 알려줘”라고. ai와도 소통하는 세대를 직접 목격한 날이었다


253

내 말에 기분 나빠하는 걸 기분 나빠하지 말고 그 말에 반응하는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 보자(2022년에 쓴 글).


254

진~~~ 짜 좋아하는데,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연락처도 알고 금방 닿을 곳에 있지만 왠지 그렇다.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딘가 부서질까 무서워서인지 자꾸만 피하게 된다. 이러다 나중에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그런다. 어쩔 수 없이 끊어진 관계란 이런 것일까.


255

그에 반해 어떻게든 만날 수만 있다면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다. 닿을 수 없고 만약 기적이 일어나 시간 여행을 가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래도 그저 얼굴만이라도 먼발치에서 보고 오더라도 할 수만 있으면 그러고 싶다.


256

내 얼굴은 대대손손 이어져 온 가족의 지도와도 같아서 그 안에 여러 사람의 얼굴이 있다. 미워하는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도. 그렇기에 때론 내 얼굴을 사랑하기도 때론 바로 쳐다보기도 힘들기도 하다. 나와 매일 마주하고 항상 함께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게 내 얼굴이다.


257

누군가에게 당하는 것도 짬이 된다. 맷집을 키워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받아넘겨 쳐 돌려주는 짬과 기술(이것도 2022년에 쓴 글, 이때는 몰랐지…)


258

“이 봉지 버리지 마”

간식을 먹는 아이는 미리 언지를 한다. 간식을 싸고 있는 봉지를 버리지 말라고. 뭘 할 거냐고 물어보면 늘 ‘미술’을 한다고 한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재활용’하는 것이고 아이의 입장에서는 ‘아트’를 하는 것이다.


259

묘하게 디자인은 여러 이유로 (사실 하나일 지도 모르지만) 나를 조금도 드러낼 용기가 안 났는데 글 쓰는 건 무조건 나를 드러내고 나의 순도 높은 마음을 최대한 표현하고 싶다. 이것으로 무얼 얻겠다는 것도 아니고 글을 쓰기 위해서 생계를 따로 해결해야 하지만 예전과 다르게 어쩐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힘들지는 몰라도 글쓰기라는 것이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과, 존재감, 자신감, 행복을 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멈출 수도 쓰지 않을 수도 없다. 그저 계속 써내려 갈 것 같다. 그것이 곧 ‘내’가 될 것 같다. 늦은 나이지만 이런 행복을 찾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260

어릴 적부터 일기든 뭐든 쓰기만 하면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요즘 쓰는 글은 어쩐지 대책 없이 긍정적인 편이다. 나로서는 꽤나 놀라운 변화인데, 이는 어쩌면 글은 거짓말을 못한다는 걸 말하는 건 아닐까. 글이 곧 그 사람의 눈이고 생각이고 행동이다. 고로 내가 쓰는 이상 적어도 나 자신은 속일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 굉장히 후련한 부분도 있어서 행복한 요즘이다.


261

‘고맙다’는 말을 소리 내 말로 하기까지 스스로의 초라함을 애써 외면해야 되는 순간들이 있다. 자신이 초라하단 그 생각 때문에 나를 아껴주는 사람의 애정은 못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당신을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그 초라함까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건네고 싶은 다정한 말 한마디, 다정한 손길. 그 고마움을 잊지 말자.


262

“지금 내가 하는 말은 안 들릴 거에요”라는 말을 들었다. “사실 포기하는 게 젤 낫죠”라는 말도 들었다. 그리고 “응원해요”라는 말도 정말 많이 들었고,  “을질하고 있네~”라는 말도 들었다. 세상엔 참 많은 말이 있구나. 말은 말인데 어떨 때는 ‘꽃’같기도 ‘칼날’같기도 ‘슬픔’같기도 ‘좌절’같기도 ‘희망’같기도 하구나. 듣게만 되니 아니 그 수많은 말을 보게만 되는 상황이 되니 그 글의 감정까지 같이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말하자면 수많은 고마운 분께 감사하다는 말을, 응원도 안 할 거면서 욕이나 하는 사람에게는 그 욕을 곱게 돌려드리고 싶다.


263

놀이터에서 잠깐 노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권력과 계급 같은 게 순식간에 생기고 나뉜다. 또 한 순간 그런 것들이 없어지고 평화가 찾아오기도 한다. 아이들도 힘들겠구나…


264

누가 한글이 쉽다 하였나!!! 6살에게는 절대 쉽지 않소! 그래도 힘들어서 엉엉 우는 애한테 “자기 나라 말이 있는 건 특별한 거야”라고 한 나 자신… 혼내줘야겠다… 나이가 들어도 왜 이렇게 순순한 공감은 하기가 어려운 걸까


265

나는 어쩔 수 없는 기록 중독자가 맞는 것 같다. 남들이 말할 때는 부정했는데, 대충 세어 보니 이래저래. 많은 것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지난 기록들에서 묘하게 지금의 내가 스스로 위로를 받았다. 아득바득 기록을 남긴 나에게 고마워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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