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언어 사전을 하나씩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그런 의미가 아닌 다른 단어라 해도 ‘그거 있잖아~ 그거’라는 식으로 설명을 하며, 과연 존재하는지도 의심스러운, 단어인지 음절 인지도 알 수 없는 그것들을 내뱉으며 자신만의 단어 또는 언어라고 정당화시키기도 한다.
이런 것은 어른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아이도 이와 비슷한 자기 나름의 사전을 갖고 있는 듯하다. 어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의도치 않은 점이 많다는 것이다. 그건 아마 어른의 언어를 복사하듯 학습하는 과정에서의 있는 일종의 입력 오류일 수도 있고, 발음의 미숙이 단어의 생성이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두 가지 말고도 그 이유도 종류도 여럿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이의 사전은 관찰자가 보기엔 매우 재밌다는 것이다. 이건 단지 우리 아이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듯한데 성장하는 과정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졌을 법한 것 같다. 한 예로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 데이비드 레터맨은 자신의 할머니를 ‘mommom’이라고 불렀다고 했다는데 (‘mom of mom’ 아니고) 이와 비슷한 게 아닐까 싶다.
이 모든 게 하나의 과정일 뿐이고 언젠가는 어른의 언어에 가까운 사전으로 완성이 되겠지만, 다시 말하자면 현재 집필 중인 사전은 하나하나가 정말 재밌다.
‘쑥쑥이어 사전’은 매일매일 업데이트되는데, 그중에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이렇다.
1) 발음이 안돼서 생긴 단어:
- 할니니, 할지지 -> 할머니, 할아버지,
- 빗방울 -> 비눗방울(짧게 고침)
2) 의미를 몰라서 다른 단어로 대체한 경우:
- 바람’도깨비’-> 바람’개비’의 ‘개비’가 뭔지 몰라 내가 아는 ‘도깨비’로 바꿔 버린다,
- ‘코가 엄청 커’ -> ‘답답’하다는 의미로 사용
3) 같은 말을 구분 못해서 생긴 경우:
- 하나 둘 ‘삼’ 하나 둘 ‘삼’ -> ‘3’도 알고, ‘셋’은 알아도 하나 둘 다음에 붙이는 거는 영 입에 안 붙음. 하나 둘 다음에는 ‘삼’이 적격임
4) 충청도의 ‘저기 하다’, 경상도의 ‘쫌’이 있다면 쑥쑥이에게는 ‘배고파’
- 이 단어에 모든 감정과 (부정적) 표현이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짜증 나, 화나, 피곤해, 졸려, 진짜 배고파, 주스 먹고 싶어, 단 거 줘, 유치원 안 가, 안 할래 등등
5) 어른의 말을 기억해뒀다가 자기도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 올 때 써먹기(기적의 논리 문장형):
- 고기만 먹으면 안 되지. 딸기를(?) 많이 먹어야지(?) -> 혹시 ‘야채를 많이 먹어야지’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 사람은 책을 봐야 살 수 있어??
- 아빠 유치원에 델따 주고 나는(?) 일하러 갈 거야
- 엄마 아빠 결혼했어요?
6) 그러다가 어른의 말을 완전히 습득해서 쓸 수 있게 될 때:
- 두 개 아니 세 개 -> 예: 티브이 한 개 안 볼 거야. 두 개 볼 거야. (눈치를 보고) 아니 세 개? 세 개! (이때 숫자를 세는 단위 ‘개’에는 ‘셋’이라는 개념이 붙는가 보다)
7) 생떼형 1
- “햄버거 줘!, 없어?? 앙앙앙” = 졸려
8) 생떼형 2: 무조건 부정형을 붙임
- 쑥쑥이 ‘안’ 예뻐! ‘안’ 못 생겼어, ‘안’ 맛있어, 안’ 맛없어!
9) 비켜봐 형:
주로 자신이 하는 일을 방해하지 말라는 경고와 붙음
- 엄마, 비켜봐 나 티브이 보게 / 엄마 조용히 해. 나 책보잖아
10) 나름 완성된 문장형
- “병원에 갔다 왔는데도(1차 속상) 계속 기침이 나서(2차 속상) 또! 병원에 가야 돼. 엉엉엉”(속상할 걸 생각하니 미리 속상)
아이는 이렇게 자신 만의 언어와 세상을 하루하루 만들어 나간다. 세상 순하고 예쁜 말만 해서 정말 내가 낳은 아이가 맞나 매번 신기했던 아이는 이제 성장의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사춘기의 미리보기가 있다면 이런 것일까. 제1의 성장통을 시작한 우리 쑥쑥이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이제 <아이의 말>은 여기서 마치려고 한다.
그동안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이후의 육아 일기는 <디스 이즈 미운 네 살>로 넘어간다.
<아이의 말>에 담기에는 쑥쑥이의 성장이 너무 다이내믹하고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이다: 단지 말 한마디로만 끝날 수 없는 이야기가 많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